노당선자 27일 지역 첫 방문 의미

입력 2003-01-24 10:23:27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27일 대통령직인수위원들과 함께 당선자로서는 처음으로 대구·경북을 찾는다.

지역 순례에 나서면서 첫 방문지로 대구를 택한 것이다.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12월 7일 대구 서문시장과 동성로, 달서구 용산지역을 방문하고 이튿날 김천 등지를 누비며 유세전을 벌인 지 50일 만이다.

이번 노 당선자의 대구·경북 방문은 '지방분권과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전국순회 토론회' 참석을 위해서다.

분권이 국정의 주요 과제가 됐고 행정수도 이전을 위한 프로그램도 마련하는 등 수도권 집중에 대한 폐해를 해소하고 국토의 균형발전 전략 수립을 위한 공감대 형성을 위한 자리다.

하지만 노 당선자의 지역 방문의 의미와 배경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지난 대선에서 자신에게 가장 낮은 지지를 보낸 지역민들과 민주당의 불모지인 대구와 경북을 끌어안으려는 정치적인 측면도 강하다.

이를 위한 일정도 마련돼 있다.

▨지방분권에 대한 실천의지 보여준다=토론회는 차기 정부의 국정과제이기도 한 지방분권에 대한 여론 확산과 차기 대통령으로서 지방의 목소리를 청취, 국정의 참고자료로 삼기 위한 프로그램의 하나다.

지방분권이라는 이슈는 거창했지만 내실을 채우지 못했던 전 정권들이 내놓았던 단순한 구호가 아니다.

그동안 중앙집중과 정부주도로 행해졌던 국가 발전전략이 한계에 봉착한 데다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이 전국의 절반을 차지하고 부와 권력, 사람까지 '싹쓸이'함으로써 생겨난 심각한 불균형과 그로 인한 또다른 지역갈등은 21세기 대한민국호의 진로를 방해할 정도의 장애물이 돼왔다.

이를 원만하게 해소하고 국토의 균형발전과 국민적 통합을 이룩하기 위한 과제로 노 당선자는 지방분권을 설정했다.

이처럼 지방분권은 정치적 비중에서만이 아니라 역사적·시대적 의미에서도 그 무게가 남다르다.

또한 지방분권 이슈를 주도적으로 제기, 지난 대선에서 이슈화하는데 큰 역할을 한 대구와 경북지역을 첫 방문지로 삼은 것도 노 당선자의 지방분권과 관련, 실천의지를 보여주는 것 같아 예사롭지 않다.

이와 관련, 노 당선자의 한 측근은 "당선자가 누구보다 지방분권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는 만큼 이를 구체화하고 가시화하기 위한 일환으로 지방순회 토론회를 갖는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각계 인사들의 이야기를 가감없이 듣고 지역발전전략이 무엇이 돼야 하는지, 그리고 구체적 전략을 어떻게 수립해야 하는지를 생각게 하는 토론회로, 위에서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형태는 아닐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특히 가장 자신에게 표를 적게 준 대구와 경북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 이를 토대로 국가 균형발전의 전체적인 구상의 기초자료로 삼을 것"이라며 "구체적인 현안에 대한 언급은 몰라도 지방분권에 대한 강한 의지와 소신 그리고 그 바탕을 이루고 있는 당선자의 철학을 분명히 언급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역경제 들여다보기=토론회 이후에는 지역 각계 인사들과의 오찬을 통해 지역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구미 중소업체와 대구상공회의소를 방문, 지역 경제의 실상을 파악하는 일정도 포함돼 있다.

특히 이같은 경제와 관련된 일정을 통해 '뭘 먹고 사나'라는 지역민의 고민과 우려를 해소하고 노무현 시대에 팔짱만 끼고 있을 것이 아니라 적극 동참해달라는 호소도 함께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장을 방문하는 것은 노사 화합이 국가발전의 원동력이라는 차원에서 노사를 함께 격려하기 위함이다.

또 대구상의에서는 대구와 경북의 상공인 대표와의 간담회를 통해 지역민들의 제1 관심사인 지역 경제 활성화에 대한 다양한 목소리를 들을 예정이다.

생산 현장에 이어 경영 일선의 상공인 대표들로부터 지역 경제에 대한 단기와 중·장기 대책을 듣고 이를 함께 모색할 수 있는 기회로 삼겠다는 것이다.

▨정치적 의미=노 당선자의 지역 방문은 정치적 비중도 작지 않다.

지역에서 대선을 도운 인사들에 대한 위로와 감사를 전하는 만찬과 지역에서 '노무현 시대'의 비전을 전파해 줄 개혁 일꾼들을 만나는 자리를 마련해 놓았다.

하지만 그 의미는 대선에 대한 감사라는 과거보다 미래에 비중이 두어져 있다.

대선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지역구도의 잔상이 남아 있고 지역정서 또한 노 당선자에게 녹록지 않은 만큼 이번 방문을 통해 오해가 있다면 불식시키고 희망과 비전을 제시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노 당선자는 대구와 경북에 대해서는 국회의원 의석을 낼 수 있는 역량을 배양하고 민주당과 '노무현 대통령'이 뿌리를 내릴 수 있는 토양을 가꿔야 한다는 정치적 과제를 안고 있다.

때문에 노 당선자의 국정에 대한 구상과 철학을 실천하는 시기가 여소야대인 지금보다는 17대 총선 이후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내년 4월 지역의 총선 결과가 갖는 의미는 남다르다.

노 당선자가 23일 민주당 연찬회에서 자신을 반(半)통령이라고 한 것도 17대 총선에서 반드시 승리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의 다른 표현이다.

특히 16대 총선에서 단 한 석도 내주지 않은데 이어 지방선거에서도 문을 걸어잠갔고 자신이 출마한 대선에서도 전국 최저 득표율을 보인 지역에서 이번 총선에서마저 몰락한다면 노무현 시대의 역사적 의미가 퇴색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같은점을 고려할 때 노 당선자가 대구·경북을 첫 방문지로 삼은 정치적 배경은 분명하다.

지역에 민주당의 뿌리를 내리겠다는 강한 의지 표출과 함께 민주당에 대한 간접 지원의 성격도 갖고 있다.

노 당선자는 비록 한 나절간의 방문이지만 기회가 있을 때마다 노무현 시대의 동참을 호소하고 설득할 것으로 보인다.

그것이 곧 국민적 통합과 국가적 통합이라는 노 당선자가 안고 있는 시대적 과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동관기자 llddk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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