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우중씨 출국 DJ가 권유"

입력 2003-01-24 10:23:27

해외 도피 중인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은 22일자 미 경제주간지 포천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검찰의 수사를 피해서 달아난 것이 아니라 김대중 대통령의 권유에 따라 한국을 떠났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포천지는 "김 전 회장은 김 대통령이 워크아웃 전에 직접 전화를 걸어 잠시 떠나 있으라고 말했다"면서 "1999년 김 대통령과 정부 고위 관리들이 그에게 대우 몰락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면제해 주고 귀국 후에는 대우자동차 경영권을 회복시켜 주는 조건으로 부채 구조조정작업에서 빠져 있으라고 설득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했다.

김 전 회장은 동남아의 한 지역에서 4차례에 걸쳐 이뤄진 이 인터뷰에서 대우 몰락과 관련해 무리한 확장에 대한 그의 실수를 인정했지만 정부에도 일부 책임이 있다고 말하고 "정부는 나를 사기꾼으로 몰아가려 하지만 나는 꿈에도 비리를 저지를 생각은 없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김우중 전 회장측은 김대중 대통령으로부터 전화를 받은 적이 없다며 포천지 보도를 부인했다.

김 전 회장의 고문변호사인 석진강 변호사는 독일에 체류 중인 김 전 회장에게 전화로 사실여부를 확인한 결과 김 전 회장이 "당시 채권단 여러 곳으로부터 출국권유를 받았으나 김 대통령으로부터는 아무런 말을 듣지 못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했다.

이에 대해 박선숙 청와대 대변인은 24일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인터뷰 내용이 여과없이 국내 언론에 보도된 것은 참으로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은 "곧 정부 대변인 명의로 포천지에 항의서한을 보내고 정정보도를 요청하겠다"면서 "포천지의 보도내용을 그대로 인용한 국내언론에 대해서도 적절한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변인은 또 한국정부가 김 전 회장의 신병을 확보하기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는 보도 내용에 대해서도 "이미 2001년에 인터폴에 수사를 요청했고 현재도 공조수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다음은 김 전 회장의 인터뷰내용을 바탕으로 한 포천 기사를 일문일답 형식으로 다시 정리한 것이다.

-한국 검찰이 사기와 횡령 혐의로 수사중인데.

▲그들은 나를 마치 사기꾼으로 만들려고 하고 있다.

나는 결코 부패를 꿈꿔본 적도 없다.

다만 분식회계 부문은 인정한다.

그러나 당시 그것은 모든 기업의 일반적인 관행이었고 대단한 것이 아니다.

-한국을 떠나게 된 경위는.

▲검찰 수사를 피하기 위해 떠난 것이 아니다.

1999년 당시 정부 고위관리들이 대우 몰락에 대한 사법적 책임을 면하고 귀국후 자동차회사를 경영할 수 있을 것이라고 약속하면서 출국을 설득했기 때문에 한국을 떠났다.

김대중 대통령도 직접 전화를 걸어 워크아웃전에 잠시 떠나 있으라고 말했다.

-대우그룹 처리와 관련, 당시 정부관리와 마찰을 빚었는데.

▲나는 당시 제반 상황을 다른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었다.

정부 관리들은 대우그룹의 과잉부채와 관련해 모든 문제를 비난했다.

그러나 당시는 금융위기였고 산업위기는 아니었다.

그같은 비상상황에서 우리는 단기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했다.

나는 대우 자산의 대부분이 외국에 있었기 때문에 자산을 매각할 수가 없었다.

대규모 사업은 외국정부와 공동투자 사업이었기 때문에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다.

또한 프로젝트의 기간이 너무 길어 중단할 수 없었고 아직 수익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자동적으로 우리의 부채는 증가했다.

-특히 자동차산업에 대해 너무 야심을 품었다는 말은.

▲나는 통상 10년에서 15년이 걸리는 것을 5년안에 하려고 했다.

그것은 나의 실수였다.

규모의 경제를 이루기 위해 우리는 시장의 규모에 상관없이 투자를 했다.

그 당시 자동차를 판매할 길을 찾았어야 했다.

-지난 99년 7월 자살을 고려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당시 나를 대우하는 방법에 대해 매우 실망했었다.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은.

▲사람들은 아마 최대 5년안에 내가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될 것이다.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한다.

정경훈기자 jgh0316@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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