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대구에서 살 맛 나십니까

입력 2003-01-24 10:23:27

당신은 대구에서 사는 맛이 어떻습니까.

달콤합니까, 씁쓰레합니까. 펄떡이는 물고기처럼 열정과 에너지, 즐거움이 폭발합니까, 아니면 뭔지 모르지만 가슴을 짓눌러 힘들게 만듭니까.

극단적인 선택을 강요하는 물음은 아니다.

근래 들어서 대구살이가 힘든다는 얘기가 심심찮게 들려오는데 대한 자기 반성식 질문일 뿐이다.

대구에서 살기 힘드는 이유는 무엇일까.

젊은이들은 취직할 만한 대기업 하나 없는 현실 때문에, 청소년들은 무료로 이용할 도심건물 하나 없다는 사실을, 문화인들은 시립문학관, 미술관 하나 없음을 꼽을지 모르겠다.

혹은 남을 잘 인정하지 않고 변화에 둔감한 보수성이나 타인에 대한 배려의 부족 때문에 대구를 뜨는 사람도 적지 않다.

하지만 대구의 삶이 고달파지는 이유 가운데 하나는 계속된 대구경제의 위기상황이 아닐까싶다.

대구경제의 적신호는 오래된 얘기이다.

이미 대구경제의 크기를 나타내는 지역내 1인당 총생산(GRDP)이 전국 16개 시도 가운데 '11년째 꼴찌'이고, 산업생산과 수출은 취약하다.

경제고통지수도 서울 다음으로 높게 나타났다.

창피스런 GRDP에도 불구하고 '1백억원 이상 지닌 현금 알부자가 서울 다음으로 많다'던 소문도 믿지못할 것으로 드러났다.

전국 16개 시도의 '1인당 소득세 납부수준'은 1999년 전국 3위에서 2000년에는 5위로 두 단계 떨어졌다.

같이 조사한 서울 부산 인천 광주 대전 울산 등의 소득세 납부는 늘었으나 유독 대구만 줄어들었다.

대구사람의 벌이가 영 신통찮았다는 것이다.

민간 소비지출에서도 대구는 16개 시도 가운데 2000년 3위에서 2001년 5위로 뒷걸음질쳤다.

소득이 시원찮아 주머니에서 찬 바람이 부니 돈 쓸 여유도 타 시도보다 못해졌다고나 할까.

대구경제의 지표가 좀 힘들게 나오더라도 경제고통지수(소비자물가상승률과 실업률을 더한 수치)가 타시도보다 월등하게 낮든지 아니면 '힘들어도 한번 해보자'는 공감대만 갖춰져 있으면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다.

도시는 생물과 같아서 언제든지 앞서 갈 수도 뒤처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경제지표 이상으로 우려되는 현상은 CEO들의 사업의욕이 위축돼 있는데다가 경제고통지수는 서울 다음으로 높다는 것이다.

대구경영자총협회가 지난 18일 '2003년 최고경영자 경제전망조사'를 한 결과에 따르면 CEO들이 올해 경제침체를 우려하여 투자를 확대하기보다 보류나 축소하려는 응답을 더 많이 했다.

물론 국내외 경기가 침체될 것이란 전망과 차기정부의 경제정책을 다 알지 못한 상황에서 나타날 수 있는 현상이다.

대구시가 지난 16일 인수위에 전달한 데 이어 오는 27일 대구를 방문할 노무현 대통령 당선자에게도 보고할 12개 지역현안사업을 보면 당연히 대구 CEO들은 투자를 늘리거나 다시 공장을 가동할 용기를 얻어야할 것처럼 보인다.

노당선자에게 보고될 대구시 지역현안사업은 경제과학분야에서 △대구 테크노폴리스 건설 △낙동강 프로젝트 등 3개 산업 8조3천여억원, 지역전략산업(포스트 밀라노프로젝트, 나노부품실용화센터 설립, 메카트로닉스부품산업화센터설립, 전통생물소재산업화센터 설립)에 7천700여억원을 투자하는 것으로 돼있다.

이 보고서에는 지역 제조업의 37.5%를 차지하는 섬유관련 업종이나, 42.6%를 점하는 기계 금속관련 업종은 물론 생물소재산업체, IT NT 건설업계 한방업계 등에 두루 영향을 미칠 방대한 계획이 담겨 있다.

그런데도 지역 CEO들이 투자를 축소시키겠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물론 노당선자가 추진하고 있는 성장과 양립하는 분배정책에 대해서 확신을 못갖고 있어서 그럴 수도 있다.

아니면 대구경제의 산업구조를 크게 탈바꿈시킬 이번 지역현안 관련 보고서가 현장의 기업인들에게 와닿지 않아서일까.

한가지 분명한 것은 대구시의 지역현안사업이 관주도형 경제운영전략에서 벗어나 시장주도형 경제운영체제로 가야 한다는 것이다.

진정으로 대구의 기업인들이 해보고 싶은 사업을 하도록 도와주고, 마중물만 부어주면 본물을 콸콸 쏟아내는 펌프처럼 잠재능력을 갖춘 기업을 발굴하여 예산과 첨단기술을 지원해주고, 지역학계-기업이 짝짓기에서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지 찾아내어 소통시켜주는 작업 등이 중요하게 다뤄져야한다.

또한 대기업 대구유치운동을 펴고 있는 대구시의 공무원들이 모토로라사를 유치하는 데 성공한 파주시의 한 말단공무원과 같은 열정으로 열심히 뛰어주는 게 바로 대구경제를 살리고 대구에 사는 맛을 더하게 만드는 처방이 아닐까.

최미화 경제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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