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불탑(佛塔)은 중국의 전탑(塼塔), 일본의 목탑(木塔)과는 달리 화강암으로 빚어진 석탑(石塔)이라는 점이 특징이다.
불국사 대웅전 앞에 쌍탑으로 서 있는 석가탑(釋迦塔)과 다보탑(多寶塔)은 석가여래와 다보여래가 땅에서 솟아났다는 불교적 세계관을 표현한 석탑들이다.
산사(山寺)에 잘 어울리게 아담하고 정교하게 만들어졌으며, 통일신라 석탑의 백미로 꼽히는 우리의 소중한 국보들이다.
더구나 이 탑들을 축조한 백제 석공 아사달(阿斯達)과 부인 아사녀(阿斯女)의 애달픈 전설이 말해 주듯, 당대 사람들의 경건한 마음도 되새기게 한다.
▲아사달은 탑을 만드는 동안 아사녀를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견디다 못한 아사녀가 현장을 찾아갔으나 불사(佛事)에 여색(女色)은 금물인지라 발길을 돌려야 했다.
탑이 완성돼 그 모습이 절 앞의 못에 비쳐야 만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그녀는 탑 그늘의 환영을 안고 못 가에 살았으나 탑이 다 축조돼 아사달이 찾았을 땐 그리움에 지쳐 못에 빠져 죽은 뒤였다.
▲문화유산 보살피고 사랑하며 아끼는 지금 우리의 마음은 너무 허술하고 흐리다.
지난해 이 두 탑과 감은사지 서쪽 석탑이 기울어진다고 법석이었듯이 조상들이 물려준 국보마저 변변히 간수하지 못하는 게 우리의 자화상이요 현주소다.
단단한 화강암이라도 천년 풍상을 겪었으니 탈이 날 수밖에 없을는지 모르지만, 탈이 난 곳은 제대로 보수하고 잘 보살펴야 하지 않을까. 이 탑들에 얽힌 전설이나 상징적 의미를 떠올리면 부끄럽기 이를 데 없다.
▲경주에 아사달을 기리는 추모비 건립이 추진되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경주 지역의 석공들로 구성된 경석동우회는 불국사 가까운 곳에 추모비를 세우기로 하고, 이미 3천여만원의 기금을 마련했으며, 부지 확보에 나섰다 한다.
높이 3.6m와 3m의 화강암 기둥 2개를 당간지주 형태로 세우고, 그 한가운데 비문과 부조를 새긴 2.7m 높이의 검은 돌을 설치하게 될 이 비는 '경주 세계 문화 엑스포' 기간인 오는 9월 추모제와 함께 빛을 보게 될 전망이다.
▲널리 알려진 바와 같이 다보탑과 석가탑은 세계에 자랑할만한 우리 민족의 빛나는 문화유산이다.
이 빼어난 석탑들을 빚었다는 아사달은 비록 설화 속의 인물이나, 석공들의 신화적·상징적 존재가 아닐 수 없다.
때늦은 감도 있지만, 신라 고도의 석공들이 스스로 나서 일궈 가는 사업이라 더욱 돋보이기도 한다.
아무튼 이들의 바람대로 이 비의 건립을 계기로 아사달의 예술혼이 오래 귀감이 되고, 해마다 추모제가 마련되며, 경주를 찾는 관광객들을 붙드는 또 하나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도 자리매김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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