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정도 남은 2002년. 전국민의 가슴에 남을 이벤트는 지난 6월의 거대한 붉은 물결이라 하겠다. '붉은 악마'의 응원으로 시작된 레드는 온 국민을 하나로 응집시키며 월드컵 4강이라는 신화를 이뤄냈다.
인간에게 레드가 주는 이미지는 매우 강하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레드는 전통적으로 왕족의 색이었으며 특별한 색이었다. 한때 역사적인 이유로 부정적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으나 최근 월드컵 이후로 레드는 성공색으로 각광받고 있다.
해외 유명 화장품에서도 한국인을 상징하는 대표색으로 붉은 립스틱을 출시한 적이 있다.지난 10월 부산아시안게임에서도 북한 응원단들이 남한 사람들의 감성과 호기심을 자극하였다.
그녀들이 눈길을 끄는 데는 풋풋한 외모 외에도 예상을 깬 밝고 과감한 색의 의상이 큰 몫을 했다. 분홍, 연두, 노랑 등 형형색색의 한복과 남색, 빨간색, 금색, 흰색을 섞은 취주악단의 패션이 그 예다.
북녀들의 패션에 핑크 계통이 많다는게 인상적이었는데 홍색(紅色), 즉 핑크색은 전통적으로 한국인이 제일 선호했던 색이다. 한국의 산하는 봄, 여름마다 진달래꽃, 복숭아꽃, 살구꽃 등으로 물들기 때문에 이 환경속에서 우리 조상들은 홍색을 즐겼다. 부산에서의 북녀들은 남북이 여전히 같은 색감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게 했다.
우리 문화사에서 붉은색은 절대적이다. 태극기나 단청, 색동옷에서 볼 수 있듯이 우리 가까이에 붉은 색은 자리하고 있다. 이것이 우리의 민족성과 내면 세계에 영향을 주고 있는 것이다.
일본인들은 화려하고 강한 것보다 부드러운 중간색을 선호하고, 중국인은 강하지만 채도가 낮은 컬러를 원한다. 한국인은 강렬하고 채도가 높은 색과 원색을 즐긴다. 그러나 쪽빛에서 나타나듯 중간색에 대한 인지폭도 넓다.
색채경향을 보면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인 영향과 자연, 기후(계절), 지역에 따라 선호하는 색이 달라지는데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인위적인 것을 배제하고 자연적인 색인 오방색을 선호하였다. 특히 흰색과 검정의 무채색을 선호하고 상류층을 대변한 자주, 갈색, 감색 등을 들 수 있다. 선호도를 조사한 것을 보면 검정, 흰색, 파랑, 회색 등의 순으로 나타난다.
생활한복에 많이 쓰이는 쪽빛도 우리의 자랑이다. 천연염료를 이용한 쪽빛은 수백가지의 색 스팩트럼이 가능하다. '코리아 블루'로 세계특허를 낼 만하다. 연말 풋감을 이용한 갈빛옷으로 우아하게 차려입고 나간다면 누구보다도 돋보일 수 있을 것이다.
〈이경 트랜드컴퍼니 대표·artlee3998@hot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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