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죽어도 좋아,색즉시공

입력 2002-12-11 14:19:00

영화 '죽어도 좋아'에서 색(色)은 공(空)이 아니며 지루한 생을 생기로 충만하게 만든다. 영화 '색즉시공'은 색(色)에 쉽게 목숨을 걸지만 그렇다고죽어도 좋을 만큼 절박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색(色)을 색(色)다르게 화면에 옮긴 두 영화 '죽어도 좋아'(6일 개봉), '색즉시공'(13일 개봉)이 관객을 찾는다.'죽어도 좋아'(감독 박진표)는 올 한해 한국영화중 가장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세 차례에 걸친 심의와 영화의 노출수위를 둘러싼 가열찬 논쟁끝에 18세 이상 등급을 받아냈다.

영화는 실제로 인생의 황혼에서 만난 70대 노부부가 나누는 사랑을 통해 어느 뮤지컬 가사처럼 '사랑이 얼마나 놀라운 것인지'를 보여주고 있다. 사랑은 메마른 등걸에 꽃을 피우는 기적을 가능케한다.

주인공인 박치규 할아버지와 이순예 할머니는 우연히 공원에서 만나 첫눈에 반하고, 한 지붕 살림을 시작한다. '사랑해요'라는 애정표현도 하고, 서로에게 '청춘가'와 한글을 가르쳐주고, '사랑'한 날을 달력에 표시해 놓는다. 잠깐 나갔다 온다던 할머니를 찾아 미친 듯 시장바닥을 헤맨 할아버지는할머니가 돌아오자, "왜 더 놀다오지"하며 역정을 낸다. 노년에 찾아온 사랑은 늙고 쭈글쭈글한 삶을 실연의 두려움으로, 질투로, 청년의 생기로 채운다.

'색즉시공'은 영화 '두사부일체'로 흥행을 거둔 윤제균 감독의 두번째 작품. 미국 영화 '아메리칸 파이' 주인공들의 대학생활기쯤 이랄까. 성에 대한 갈구는 여전히 주체할 수 없다.

군대 제대 후 늦깍이 대학생이 된 '은식'(임창정 분). 고시공부에 전념하려던 은식의 결심은 같은 학교 해병대 고참의 꾐에 빠져 차력동아리에 가입하고, 에어로빅부의 킹카 '은효'(하지원 분)를 만나면서 180도 틀어진다. 어떻게든 관심을 끌어보려는 은식의 노력에도 은효는 무관심하기만 하고 그때마다 상황은꼬여서 오히려 변태 취급만 당하기 일쑤다.

영화는 노골적으로 남성 관객들의 눈요기에 봉사한다. 남자배우들이 '작전'에 돌입하는 여대생들은 '오빠, 정말 쉬기만 할거지'하고 순진한 체하면서 모텔로 앞서 들어가고, 술 취해 오바이트 한 입으로 남자를 덮치는 내숭엽기녀로 묘사되고 있다. 여배우들의 수영복, 에어로빅 복장이 자주 보이는 것도같은 맥락. 재미에 치중한 영화가 스토리에 약한 것은 애교로 봐줘야 할까.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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