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한해에도 지구촌은 끝없는 테러의 공포로 얼룩졌다.이스라엘 관광객과 여객기를 노린 케냐 동시 테러와 동남아판 9·11 테러로 불린 발리 나이트클럽 폭탄테러 등 크고 작은 유혈 테러가 연중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테러의 목표물은 대부분 미국과 서방권이고 테러 배후는 언제나 알-카에다나 제마 이슬라미야(JI) 등 이슬람 테러조직으로 추정되고 있다.세계 곳곳에서 반복되는 테러의 악순환으로 미국을 위시한 서방권과 이슬람권의 대립구도는 더욱 심화한 형국이다.
특히 10월 6일 예멘 항구에서 발생한 프랑스 유조선 랭부르호 폭발테러를 필두로 최근들어 반미·반서방 테러는 훨씬 잦아지고피해규모도 점점 커지고 있다.올 한해 테러 사슬은 1월 22일 인도 콜카타 미국 문화원 총격과 이튿날 파키스탄카라치에서 무참하게 살해된 월스트리트저널(WSJ) 대니얼 펄 기자 납치 테러로 막이올랐다.
이어 3월 20일 페루 리마 주재 미국 대사관 외곽에 폭탄 탑재 차량이 돌진한 사건으로 불이 붙어 튀니지 유대교 예배당 폭탄 테러(4월 11일), 카라치 주재 프랑스 상사원 겨냥 자살폭탄 테러(5월 8일), 카라치 주재 미국 영사관앞 차량 폭탄테러(6월 14일) 등이 한 달 정도 간격으로 줄지어 일어났다.
테러의 양상도 특정인을 노린 암살·납치·저격부터 불특정 다수를 노린 폭탄차량돌진까지 다양하게 표출됐고 사상자도 적잖게 양산됐다.하절기 잠시 잠잠하던 테러 공포는 프랑스 유조선 폭발테러와 쿠웨이트 주둔 미군병사 피격 사망 사건(10월 8일)으로다시 점화돼 결국 대형 테러로 이어졌다.
10월 12일 인도네시아 휴양지 발리 나이트클럽 폭탄테러는 외국인 관광객 180여명이 사망, 올 한해 단일 테러로는 가장 큰 인명 피해를 냈다.가장 최근 일어난 굵직한 테러는 11월 28일 케냐 동부 해안도시 몸바사의 이스라엘인 소유 호텔을 불바다로 만든 자살폭탄 테러공격으로 이스라엘 관광객 등 16명이희생됐다. 더구나 실패하긴 했지만 거의 같은 시각에 발사된 견착식 미사일이 몸바사 공항을 막 이륙한 이스라엘 여객기를 아슬아슬하게 빗나가 충격을 더했다.
대 테러 전문가들은 테러 발생의 최근 흐름으로 볼 때 조직을 재정비한 알-카에다의 총반격이 개시된 것으로 분석한다.물론 근거는 11월 초 오사마 빈 라덴의 육성 테이프가 아랍권 위성방송 알-자지라의 전파를 타고 미국 정보기관들이 이를 진본으로 확인, 빈 라덴의 생존이 아프가니스탄 전쟁 이후 처음 입증됐다는 점이다.
미국은 국가 총동원 체제로 테러와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초매머드 조직 국토안보부를 출범시키고 중동, 아프리카, 아시아 곳곳에 특수부대를 보내 테러조직 소탕전에 나서고 있다.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은 알-카에다 조직원을 해외에서 암살해도 좋다는 '더러운 전쟁' 명령까지 받았다.그러나 미국은 핵과 대량살상무기를 놓고 대치할 또다른 적 이라크와의 일전을 준비해야 돼 사실상 '2개의 전선'을 동시에 수행하는 부담을 안을 수 밖에 없다.
여기다 굳건해 보이던 국제 테러연대가 미국과 사우디아라비아 간 갈등 등으로 균열 조짐을 보인다. 무엇보다 미국은 '얼굴 없는 적' 테러와의 싸움에서 이렇다할 성과를 내놓지 못한 채 무한전쟁으로 끌려가는 듯한 상황이다.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최근 해외 테러리스트 기지에 선제공격을 퍼붓겠다고 발언, 주변국을 자극했다. 백악관은 하워드 총리를 "당연히지지한다"고 논평, 초강경 테러전선에서 한 치도 벗어나지 않겠다는 의지를 내보였다.전문가들은 그러나 미국이 '테러의 원죄'로 인식되는 중동분쟁에서 지금과 같은친(親) 이스라엘 편향 정책을 고수한다면 이슬람권의 테러기도는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으로 내다본다.
뉴욕의 위기자문그룹 아킨을 운영하는 잭 디바인 전 CIA 국장대행은 "중동의 민주화와 번영을 이룩하지 않는 한 이슬람 근본주의에 기반을 둔 테러리스트는 끊임없이 양산될 것이다"며 미국의 테러전략을 근본적으로 수정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지난 2000년 9월 팔레스타인 인티파타(봉기) 이후 이스라엘 주민 660여명이 테러 등으로 숨졌지만 "테러를 뿌리뽑는다"는 명분 아래 진행된 이스라엘 군의 작전으로 사망한 팔레스타인 주민 수는 3배에 가까운 1천800여명이라는 사실은 이슬람권이 대 테러전쟁에 던지는 의문을 반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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