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IT, 난개발 소지는 없는가

입력 2002-11-22 00:00:00

온통 IT다. 전국의 민선단체장들은 입만 열면 IT산업이 살 길이라며 거품을 물고 있고 이번 대선에 나선 후보들 또한 가는 곳마다 이른바 T 자 돌림 첨단산업 육성을 공약하고 있다. 대구에서도 그렇고 경북도 마찬가지다. 바야흐로 정보기술 산업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 같다. 이런 식으로 가면 금방 세계 제일의 IT강국으로 우뚝 설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다.

그래서 걱정의 소리도 적지 않다. 그같은 중구난방식을 두고만 볼 일인가. 여기저기서 당장이라도 황금알을 가져다 줄 것처럼 잔뜩 바람을 집어넣어도 괜찮은 건가. 우리 실정에서 고부가가치의 첨단기술산업은 시대적 대안이란 것을 인정하면서도, 또 침체한 각 지역 경제의 돌파구가 절박한 시점인 것을 살피면서도, 오늘의 'IT사태(沙汰)'는 아무래도 우려스러운 측면이 많은 것이다.

무엇보다 IT산업단지의 난개발이 가져 올 후유증이다. 지자체마다 내놓고 있는 IT산업단지 개발 계획을 접하노라면, IMF사변을 부른 재벌기업들의 과잉 중복투자 악몽이 떠올려지기 때문이다.

과잉.중복 투자 우려

전문가들은 IT산업은 결국 세계시장을 겨냥한 달러업종인 만큼 국제 경쟁력을 최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다. 단순히 자기 지역의 고용창출, 인구증가, 재원확대 만을 욕심부린 지자체들의 무턱댄 단지 조성은 국가 차원에서 또 다른 구조조정의 부담을 쌓기 십상이란 얘기다.

이제라도 중앙정부가 국가 경쟁력이란 큰 틀(Grand design)에서 전국의 모든 사업계획을 면밀히 따져 효율적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선택과 집중'의 개입을 통해 IT산업의 집중력을 높이자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말을 들어보면 IT산업은 관련 기업 및 인프라 집적, 물류 등을 충족해야 성공 가능성이 높다. 관련 고급인력과 숙련 근로자 층이 풍부하고, 노하우를 축적한 중소협력업체가 집중해 있으며, 물류가 원활한 곳이 IT산업단지 입지로서 제격이란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구미는 세계가 주목하는 선진지라 할 수 있다. 세계 정상의 삼성 휴대폰과 LG디지털TV가 선도하는 구미의 IT인프라에 끌려 외국 기업들이 잇따라 투자의향을 보이고 있는게 그 한 증좌다. 2006년에 국가산업공단 제4단지 조성이 끝나면 구미의 국가공단 규모는 720만평으로 불어 나고 주력업종도 첨단기술쪽으로 몰리면서 내륙 최대의 수출기지화 전망이 외국인에게 매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와 구미IT 연계 발전 꾀해야

이런 현실에서 후발 지자체들은 앞으로 국내에서 뿐 아니라 외국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힘겨운 처지라는 점을 십분 감안해 IT산업의 추진 여부와 사업 방향을 결정해야 함은 물론이다.

그런 점에서, 한나라당이 대선공약으로 발표한 대구테크노폴리스 조성은 규모(570만평), 목표연도(2020년), 비용(5조2천억원) 등을 둘러싼 실현성 논란은 차치하고라도 과잉중복투자의 소지는 없는 지 한 번 짚어야 하지 않을까. 대구시에서 구상했을 이 계획은 일단 연구 개발 기능에 중점을 두고 있기는 하지만, 인접한 구미 IT산업과의 심도있는 연계 발전 내용이 빈약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이 계획은 구미가 세계적 IT생산기능을 자랑하면서도 아직까지 관련 연구소 하나 없는 현실을 직시하는 것 같아 일단 평가를 하지만, '주변 상황'을 고려않은 '나홀로 구상'의 한계를 안고 있다는 것이다. 일례로 구미시가 다음달이면 연구개발 단지 조성의 조례를 제정할 만큼 저만치 앞서고 있는 사실을 감안이나 했는지 모를 일이다. 또한 대구 테크노폴리스나 구지첨단산업단지에서 과연 어떤 IT업종으로 승부를 걸려 하는 것인지, 구미는 의문을 품고 있다.

대구시는 섬유산업의 중흥을 꿈꾸는 밀라노프로젝트에서도 구미를 제외시킨 전력이 있다. 구미는 우리나라 화섬의 최대 생산지(65%)가 아닌가. 대구의 IT정책은 구미와 머리를 맞대는 모습이 좋다. 대구와 경북은 '하나'라는 정서적 바탕에서, 가령 서울이 가진 고급인력 교육여건 생활인프라 때문에 수도권에 IT산업이 몰리는 현상을 참작하면서 말이다.

세계를 지향하는 시대에 공연스레 광역과 기초라는 지자체간의 격이나 따지고 앉았다면 넌센스다. 백날 시.도 통합을 논의하면 뭘 하나. 차라리 지자체들의 기능별 통합이 더 현실적이지 않겠는가.

김성규(경북중부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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