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알부자 많다"는 '사실'

입력 2002-11-21 12:21:00

대구의 1인당 지역내총생산(GRDP)이 국내 광역시.도 중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것과 달리 세금 납부 실적으로 추정 가능한 시민들의 평균 소득 수준은 시.도 가운데 중상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000년 기준 대구의 1인당 GRDP는 671만8천원으로 전국 최하위를 기록하면서 92년 이후 9년째 꼴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는 대구의 낙후된 경제 사정을 나타내는 가장 대표적인 지표로 자주 인용되고 있다.

그러나 세금 납부 실적으로 유추해 본 대구지역민들의 소득 수준은 상당히 높았다. 국세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00년 대구시민 1인당 종합소득세 결정세액은 10만10원으로 16개 시.도 중 서울(21만8천764원), 부산(10만3천139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종합소득세를 신고한 8만6천288명의 1인당 결정세액도 286만7천432원으로 서울(451만1천611원)에 이어 2위를 달리고 있다. 종합소득세 결정세액이 서울을 제외하면 전국에서 가장 높다는 것은 대구지역에 그 만큼 상위 소득계층이 많다는 점을 시사한다.

"대구에 알부자가 많다"는 시중 소문은 근거 없는 이야기가 아닌 셈이다. 자산의 보유 정도를 추정할 수 있는 재산관련 세금(양도소득세.상속세.증여세)의 경우 지난 2000년 대구시민 1인당 결정세액은 6만951원으로 서울(18만5천926원), 경기(7만2천936원)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재산관련 납세자 1만9천406명의 1인당 결정세액도 777만원으로 서울(1천812만원), 부산(959만원), 경기(838만원), 인천(787만원)에 이어 5위에 올라있다.

세금 납부 실적으로 유추한 대구지역민들의 소득수준이 GRDP와 사뭇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는 것은 경제분석 지표로서 양자의 접근 방식이 전혀 다르기 때문이다. GRDP가 생산적 측면에서 접근하는 지표인 반면 세금은 소득과 자산에 따라 발생하는 실질적인 부(富)의 잣대다.

예를 들어 경북에 공장을 소유한 사업자가 대구에 주소를 두고 있을 경우 GRDP는 경북 통계로 잡히지만, 자진신고 세금은 거주지인 대구지방국세청에 납부하게 된다. 대구는 지가 상승, 공업용지난 등으로 생산공장이 역외로 이전된데다 영세 중소기업의 비중이높아 GRDP가 낮게 나올 수밖에 없다.

물론 국세청의 지역별 세수 행정에 편차가 있을 수 있는데다 대도시보다는 소규모 도시일수록 납세자들의 세원이 노출되기쉽다는 점에서 세금 납부 실적을 소득의 절대지표로 판단하는데는 오차가 있을 수도 있다.

진병용 대구은행 금융경제연구소장은 "GRDP는 생산개념 지표로서 소득.복지 수준을 판단하는데는 한계가 있다"면서 "1인당 GRDP와 1인당 부(富)의 지역별 순위가 합치하지 않는 것은 대구 인근에 사업장을 둔 대구시민의 수가 많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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