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면접 준비에 힘 쏟도록

입력 2002-11-07 00:00:00

수능시험이 끝났지만 대학입시가 끝난 것은 아니다. 아니 오히려 이제부터가 입시의 시작이라고 할 수 있다. 지금까지는 수능에 맞춰 꾸준히 공부하는 게 최선의 방책이었지만 수능을 끝낸 후엔 자신의 수능점수를 판단해 어떤 지원전략을 세우고 지원할 대학·학과에 맞춰 어떻게 대비하느냐가 중요해진다.

따라서 대학들의 입시 요강을 면밀히 파악하고 자신의 예상 점수에 맞춰 수능 후 계획을 꼼꼼히 세울 필요가 있다.

우선 올 입시에서 수시 2학기 모집을 수능 후에 실시하는 대학이 많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수시에 지원할지 정시에 지원할지 다시 한번 고민해볼 필요가 있는 것. 수능을 예상만큼 못 쳤다 하더라도 정시모집 지원에는 여전히 최선을 다해야 한다.

아직 점수가 공개된 것도 아니고, 실제 점수가 어느 정도가 될지는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혼자서만 점수가 나빠진 것으로 걱정하고 지레 포기해서는 안 된다. 수시든 정시든 지금부터는 논술과 면접 준비에 힘을 쏟는 게 좋다. 시험을 제대로 못 치렀다고 이것까지 손을 놓았다간 나중에 후회하기 십상이다.

▲수시냐 정시냐=수능 점수가 예상만큼 나왔느냐 못 나왔느냐에 따라 수시모집 지원 여부를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가채점 결과 평소 모의고사에 비해 성적이 좋지 못하다면 2학기 수시모집에서부터 적극성을 가지는 자세가 요구된다.

수시모집은 정시에 비해 수능 반영 비율이 적기 때문이다. 특히 학생부 성적이 좋다면 수시를 노리는 게 유리하다. 가톨릭대, 경기대 등 70여개 대학이 11월중 수시 2학기 원서를 접수한다. 결코 적은 숫자가 아니다.

수능 성적이 생각만큼 나왔다면 문이 넓은 정시모집을 노리는 게 당연한 일이다. 올 정시에서 뽑는 인원은 26만1천여명으로 전체 모집인원의 68.9%를 차지한다. 올해부터 수시는 합격하면 반드시 한 곳은 등록해야 하기 때문에 공연히 수시에 지원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갈 만한 곳이 있다면 수시모집에 소신지원한 뒤 정시 지원 전략을 짜는 것도 유용하다.

한편 수능 이후 수시전형을 해야 하는 수험생들은 가채점 결과를 근거로 참가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정시에서 더 좋은 학과에 갈 수 있는데 수시전형에 응시했다가 합격하면 후회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학별 요강을 파악하라=정시모집 요강은 아는 만큼 길이 보인다는 말이 있다. 대학마다 전형방법, 전형요소별 반영비율 등이 천차만별이므로 자신에게 가장 유리한 대학·학과를 찾아 공략하면 성공 가능성도 그만큼 커지는 것이다. 학생부, 수능, 논술·면접 등의 전형요소 가운데 자신 있는 요소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학생부도 일부 과목을 반영하거나 학년별로 차이를 두는 학교가 적잖다. 석차가 나쁘다면 평어를 반영하는 대학을 선택하는게 좋다.

수능 성적이 나빠 다소 힘든 대학·학과라고 하더라도 영역별 가중치, 일부 영역 반영 등 대학별 수능반영방법도 제각각이므로 이를 감안하면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여기에 학생부 비교과 영역, 논술·면접 등의 반영률까지 확인해 지원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

지금쯤 수험생들은 자신의 적성이나 장래 희망, 가족의 바람 등을 두루 감안해 진로를 심사숙고해야 한다. 결론이 내려졌다면 그에 맞춰 3, 4개 대학을 지원 대상으로 압축해 어느 곳에 소신지원할지, 어느 곳에 안전지원할지 결정해야 한다.

▲체념하고 재수를 선택하지 말라=올해 수능시험은 영역별 난이도가 다르기 때문에 수능 성적도 개인별로 큰 차이를 보인다. 성적이 예상보다 다소 못 나왔다고 하더라도 체념해서는 안 된다. 못 치른 수능시험이라도 영역별로 따지면 강점이 보일 수 있고, 자신이 지원할 대학·학과에서 지원자들이 어떤 경향을 보일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고3 수험생들의 경우 재수생이 올해도 강세이기 때문에 재수하면 성적이 좋아지리란 막연한 기대를 갖고 지레 포기하기도 한다. 지금 상황에선 반드시 어느 대학이든 합격하겠다는 자세를 갖고 입시전략을 세워야 한다. 나만 못 쳤다고 판단하기엔 아직 모든 결과가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교차지원 축소에 따른 변수=작년까지 교차지원 문이 넓어 수능의 큰 변수가 됐다. 그러나 올해는 동일계열 가산점, 교차지원 제한 등이 확대됐고 특히 의예, 한의예과는 대부분 대학이 교차지원을 금지하거나 극도로 제한했다. 이에 따른 변수를 따져봐야 하는 것이다.

우선 자연계 수험생 비율이 예년에 비해 높아졌다는 점이다. 인문계로 응시해 의·약계열에 진학하려던 수험생들이 일찌감치 자연계로 자리잡음에 따른 것이다. 올 수능에서 자연계 수험생들의 성적은 작년에 비해 다소 오를 것으로 전망되므로 늘어난 수험생 비율까지 감안해 자신의 위치를 가늠해보고 지원 대학을 선택하는게 바람직하다.

인문계 수험생들은 숫자가 많이 줄긴 했지만 예년처럼 응시생 가운데 자연계 학과로 빠져나갈 요인이 적어졌다는 사실에 유의해야 한다. 특히 언어, 사회탐구 등으로 인해 인문계 중위권층이 대폭 두터워질 가능성이 있으므로 이 점수대 수험생들은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

▲점수대별 전략=수능이 큰 폭으로 쉬워지진 않았기 때문에 상위권 수험생의 변별력은 작년 못지 않게 확보된 것으로 파악된다. 상위권 수험생들은 입시 전략이 작년과 큰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상위권 수험생은 일단 수능 점수에 맞춰 지원할 대학·학과를 선택하는 게 좋다. 논술이나 면접 반영 비율이 커졌다고 하지만 수능 점수의 차이를 뒤집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다. 중·하위권 수험생들은 수험생 분포가 두터우므로 소신과 안전을 모두 추구하는 자세가 요구된다.

반드시 합격할 만한 학과 하나쯤은 염두에 두고 대비해야 한다는 것. 하위권 수험생들도 낙심할 필요는 없다. 올해는 수험생 숫자가 대입 정원보다 적으므로 하위권 대학에서는 대규모 미달사태가 빚어질 가능성도 크다. 자신의 적성에 맞춰 잘만 지원하면 후회하지 않는 선택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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