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시론-BT산업으로 낙동강 시대를

입력 2002-11-06 15:13:00

얼마전 청주 오송에서는 '생명속의 생명(Life in Life)'을 주제로 국제바이오엑스포가 열렸다. 생명공학(Bio-Tech)의 발전방향을 모색하고 신기술을 소개한 이번 행사는 80여만명이 참관할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고 행사에 참가한 많은 기업이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등 국내 BT산업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는데 큰 의의가 있을 것이다.

BT산업이 대표적인 차세대 성장산업으로 꼽히고 있다. 고부가가치 청정산업인 BT산업은 'Better IT', '제4의 물결'로각광받을 정도로 시장전망이 밝고 정보통신(IT), 나노(NT) 등과 기술 융합해 의료, 식품, 환경 등 인류가 직면한 난제를해결할 돌파구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또한 고용을 창출하고 수출을 촉진해 국가와 지역경제에 크게 기여할 것이 확실시된다.

미국, 일본 등 많은 선진국들이 BT산업을 국가전략산업으로 집중 육성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반해 국내 BT산업은 이제 걸음마 수준인 것 같다. 연구개발 인력과 투자, 특허 등이 크게 부족해 자칫 미래 성장산업의 선점 기회를 상실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하지만 최근 투자확대와 권역별 집적단지 조성,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 등을 골자로 하는 BT산업 육성방안이 속속 시행되고 있고 대기업과 벤처들이 적극 참여하고 있어 전망이 어둡지 않은 것 같다. 특히 정부는 벤처지원센터 구축사업과 지역산업진흥사업 등을 통해 지역별 BT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현재 대구.경북지역은 상주에 기능성 생물소재 벤처지원센터가 구축중이며 안동, 울진의 생물건강, 해양생명환경 분야 등이 진흥사업으로 선정되어 정부의 지원을 받고 있거나 받을 전망이다. 대구도 자체적으로 한방분야를 BT산업으로 육성한다는 방침을 수립중에 있다.

대구.경북지역이 대표적인 BT산업 지역이 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인 자세가 요구된다. 대구.경북지역은 생물학, 의학 등 관련분야 인력이 풍부하고 생체분자센터, 방사광속기 등 최고의 연구개발 시설과 기자재를 보유하고 있어 BT산업 육성에 필요한 상당한 능력과 여건을 갖추고 있다. 인접한 포항, 울산의 신소재, 화학단지와 연계가 용이하다는 것도 강점이다.

대구.경북지역이 기존 산업과 BT산업이 어우러진 새로운 경제거점으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지역의 육성의지를 바탕으로 국가적인 관심과 지원을 끌어내고 자원과 인프라를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체계적인 전략이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필자는 대구.경북지역이 대표적인 BT산업 지역으로 거듭나는데 있어 고려해야 할 사항들을 나름대로 몇가지 제안하고자 한다.

먼저 학계와 업계 전문가들의 지혜를 모아 경쟁력있는 핵심분야를 선정해 특화하는 것이 좋겠다. 선진국과 같이 전방위로투자하기보다는 기술 로드맵을 작성해 틈새시장을 발굴하고 전자, 화학 등 배후단지와 연계할 수 있는 생물정보, 유전자 신약,한방 등과 같은 지역 특화 아이템을 개발해 정부의 지원이 가능한 지역산업진흥사업으로 육성시켜야겠다. 단기적으로 성과를낼 수 있는 아이템과 중장기 모험투자도 적절히 조화되어야겠다.

또한 지자체는 정부의 지원을 이끌어 내 대학과 연구기관, 기업이 한 곳에 모여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도록 대규모 집적단지즉 클러스터(Cluster)를 조성해야 할 것이다. 클러스터에 유망기업을 유치하기 위해서는 물류, 통신 등 산업 인프라는 물론 토지,주택 등의 세금을 장기간 유예하는 등 세제지원과 규제개혁이 필수적일 것이다.

입주기업의 종업원들을 위한 교육, 문화복지 등의 각종 생활 인프라도 부족함이 없어야겠다. 아울러 기업과 연구기관이필요로 하는 BT분야 전문인력 양성에 지역 대학이 앞장서야겠다. 최근 대학에서 많은 인력이 배출되고 있으나 유전자와 생물정보 등의전문 핵심인력은 아직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전문교육과정과 산.학.연 협동체제를 강화하여 수요기반에 부합하는 전문인력을 양성해야겠다. 해외 우수인력에 대한 보상체계를 정비하고 대학의 연구결과가 기업에 적절히 이전될 수 있도록 정보와 인력 교류방안도 강구되어야겠다.

그 밖에 BT산업 육성에 필요한 연구개발과 마케팅 기반을 확충해야겠다. 해외 BT산업 중심지, 단체 등과 제휴를 확대해 정보교류와 공동 개발을 활성화하는 한편 정부.지자체의 종잣돈을 바탕으로 제약사 등 관련 대기업이 참여하는 펀드를 조성해 BT산업을 지원해야겠다.대규모 국제컨벤션도 BT산업 거점으로서의 홍보와 투자유치, 글로벌 네트워크 구축에 도움이 될 것이다.

BT산업에 대한 투자와 참여 열기가 뜨겁다. 관련 기술개발이 가속화되고 정부의 다양한 지원시책도 마련되고 있는 것 같다. 이러한기대와 관심이 지역경제 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될 수 있도록 지역의 콘센서스를 모아야 할 때이다. 지역의 BT산업이 지역은 물론 국가경제의 견인차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단지 조성과 기자재 구입, 세제 지원 등 BT산업 육성을 위한 중앙 정부 차원의 종합적인 지원책이 절실하다.

〈김순택.삼성SDI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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