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대구시 재정

입력 2002-11-05 14:39:00

조해녕 대구시장은 당선 후 시의 부채 줄이기를 최우선 과제로 지목했다. 신동수 정무부시장에겐 '부채관리위원회'를 만들어 부채 경감 대책을 세우라고 했다.

그러면서 조 시장은 업무 인수 후 재정문제 때문에 하루도 편할 날이 없었다고 했다. 빚덩이에 올라 앉았으니 새 시장이 되고도 아무런 새 일도 벌일 수 없음을 알고 답답해졌다는 것이다.

◇빚 규모 전국 최대=지난 6월 말 기준으로 대구시 본청 및 8개 구·군청과 산하 공기업이 안고 있는 빚은 2조9천518억원에 이른다. 인구 수를 감안하면 전국 최고수준이다. 시민 1인당 빚이 120만원에 육박한다. 빚이 연간 일반회계·특별회계를 합친 액수의 85%를 넘는다는 것은 심각한 상황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대구시는 올해에만 지하철건설(575억원), 도로건설 공모채 차환(1천730억원), 대구선 이설사업(63억원) 등을 위해 2천368억원의 지방채를 새로 발행했다. 지난해에는 지하철건설(1천398억원), 월드컵경기장 건설(350억원), 월드컵경기장 은행채 차환(410억원) 등 9개 사업을 위해 5천349억원의 지방채를 발행했다.

이때문에 대구시는 올해 하반기에만도 원금만 427억원을 갚아야 하고 내년엔 1천643억원, 2004년엔 3천712억원, 2005년엔 4천186억원, 2006년엔 2천805억원, 2007년엔 2천689억원의 원금을 갚아야 한다.

그러나 이 액수에는 이자가 계산되지 않았다. 놀랍게도 대구시가 내년에 갚아야 할 이자는 상환 원금보다 더 많다. 원금 상환분은 1천643억원이지만 이자는 1천733억원에 이르는 것이다.

그 다음해부터는 이자 부담이 다소 감소하지만 그래도 매년 갚아야 할 이자는 원금의 40%에서 많게는 70%에 달한다. 이자까지 포함해 계산하면 대구시민 1인당 부채액은 160만원을 넘어서고 전체 부채는 원금 2조9천518억원보다 훨씬 많은 4조원대에 이른다는 얘기가 되는 것이다.이자 상환 부담까지 계산하면 2006년 이후나 돼야 대구시 재정에 다소 숨통이 트일 전망이다.

◇빚에 갇히다=현재 편성 중인 내년도 일반회계 예산은 올해와 비슷한 1조7천억원 이하 규모이다. 그러나 내년에 대구시가 갚아야 할 부채는 이자를 합쳐 3천376억원에 이른다. 일반 회계 예산의 20%를 고스란히 빚 갚는데 쓰야 하는 것이다.

지방채 상환 비율이 세출예산의 10% 이상 되는 시·도는 부산·광주·울산·경북 정도. 그러나 대구는 그 비율이 20%에 이르는 것이다.통상 예산에서 경상경비와 투자사업비는 절반씩을 차지한다. 그러나 내년엔 빚 상환때문에 대구시가 쓸 수 있는 투자사업비가 전체 예산의 30%로 줄게 됐다.

그나마 이 돈도 이미 진행 중인 지하철 2호선 건설, 대구선 이설, 도로 건설, 밀라노 프로젝트 등에 투입돼야 한다. 새로운 사업은 거의 엄두를 못내게 된 것이다.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구시가 계획했던 안심습지 생태학습원, 산림박물관, 대명교, 가창 우회도로, 화원 설화 구간 도로 건설 계획이 내년 재정 투융자 계획에서 탈락했다.

중기 재정계획에 계상해 뒀던 화원유원지~월배차량기지 사이 도로도 2004년은 돼야 건설비가 반영될 수 있을 전망. 4차순환선 중 성서공단~지천 구간 건설을 위해 내년에 50억원을 투입키로 했던 중기 재정계획도 무위로 돌아갈 공산이 커졌다고 대구시 관계자들은 말했다.황금동~담티고개 사이 도로 역시 중기 재정계획으로는 2004년까지 건설을 마치도록 돼 있지만 마찬가지 상황이다.

◇지하철 2호선 투자까지 위험=가장 시급한 지하철 2호선 투자도 위협받고 있다. 시는 어떤 일이 있어도 2004년까지 공사를 끝내고 시운전에 들어갈 것이라고 확언하고 있지만 현장 사정은 불안하다.

내년에 2천587억원을 지원해 달라고 중앙정부에 요청했지만 기획예산처는 그 64.5%인 1천671억원만 계상했다. 916억원을 대구시가 독자적으로 부담해야 건설 일정을 맞출 수 있지만 사정은 어려운 것이다. 지하철건설본부 손동식 본부장은 "내년은 토목 분야 공사가 마무리되고 건축·전기·기계 분야 투자가 본격화되는 투자 피크기"라며 "어떻게 해서라도 최악의 상황은 막아야겠지만 공사비가 제대로 마련되지 못하면 어려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건설현장 관계자들은 공사가 또 지연될 경우 시공업체와 하도급 업체의 경영 악화와 현장실업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걱정했다. 그럴 경우 공사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1호선 건설 때 사용한 뒤 재사용 중인 강재들이 한계 수명을 초과, 지하 구조물 안전에도 위험이 따를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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