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사형폐지운동 전도사 헬렌 프리진 수녀 대구 강연

입력 2002-11-04 00:00:00

"끔찍한 사형집행 과정을 실제로 지켜본 사람이라면 누구도 사형제도에 쉽사리 찬성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전세계적인 사형폐지운동 전도사이자, 사형제도를 비판한 영화 '데드 맨 워킹'의 원작자인 '헬렌 프리진(Helen Prejean.64.미국)'수녀의 강연회가 3일 대구신학대학 내 성 김대건 기념관에서 열렸다.

지난 20년간 사형폐지운동에 앞장서 온 헬렌 프리진 수녀는 세차례나 노벨 평화상 후보에 올랐으며, 그의 사형수 사목체험을 영화화한 '데드 맨 워킹(1996년)'은 그해 최고의 영화로 꼽히기도 했다.

헬렌 수녀의 한국방문은 이번이 처음. 그동안 국내에서 미뤄져왔던 사형이 이번 대선전에 집중될 것이라는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의 우려섞인 요청으로 방한이 성사됐다.

그는 "사형을 받은 많은 범죄자들은 능력있는 변호사 등을 통해 결백을 주장할 수 없었던 사회적 약자가 대부분"이라며 "인간이 다른 인간을 심판하고, 죽이는 지혜를 가지고 있는가"고 회의를 나타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 윤리적인 비난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사형제도가 존속되는 이유는.

▲정치인들이 범죄에 대응할 수 있는 가장 손쉬운 수단이기 때문이다. 정치인들은 사형을 허용함으로써 중범죄 발생에 대한 사회적인 책임을 회피하려고 한다. 미국의 정치인들은 "국민이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여론조사 결과를 이용하고 있지만, 응답자들이 사형집행과정을 참관해 본다면 찬성률이 그처럼 높지 않을 것이다.

- 사형제도에 대한 대안은.

▲현재로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지지한다. 사형만이 범죄자를 사회에서 격리시켜 국민의 계속적인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기력이 다한 70, 80세 범죄자들을 계속 감옥에 가두는 것이 옳은 것인가? 사회가 진보함에 따라 종신형을 대체할 형벌이 나와야 한다.

- 그간 사형폐지운동의 성과와 향후 한국의 과제는.

▲사형에 대한 사회적인 고민이 늘어났다. 책과 영화(데드 맨 워킹)의 성공이 이를 방증한다. 미국의 공화당원들이 사형집행을 유보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에서도 주교회의 정의평화위원회 등 가톨릭에서 사형폐지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한국이 아시아 최초의 사형폐지국가가 되어 일본, 중국 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기를 기대한다.

최병고기자 cbg@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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