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소량으로도 치명적인 독가스가 나오는 실내장식 자재들이 마구 사용됨으로써 조그만 화재에도 사람의 생명이 희생되는 일이 잇따르고 있다. 그러나 제도적 장치 미비로 수많은 다중 업소들의 안전성이 검증되지 못하고 있다.
지난 19일 발생한 대구 내당동 ㅁ소주방 화재 사건 때는 영업시간 중이 아니고 높이도 2층밖에 안됐지만 20대 여성 2명이 목숨을 잃었다. 현장에 출동했던 소방관들은 "이들이 숨진 화장실에서 주출입구까지 겨우 2m밖에 안됐고 비상구까지 3m에 불과했지만 내부 장식물이 타면서 발생한 유독가스가 워낙 강해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을 것"이라고 추정했다.
대구 서부소방서 임동권 진압대장은 "장식물 등에서 나오는 유독가스는 두 모금만 마셔도 바로 의식을 잃고 주저앉게 된다"고 말했다. 불이 붙으면 합성수지류에서는 이산화황·시안화수소·염소가스·포스겐가스·질소산화물 등 극미량으로도 호흡장애나 마비를 초래할 수 있는 유독가스가 한꺼번에 배출되며 연기량도 목재의 10~25배나 많이 나온다는 것.
서울시립대 방재연구소는 시판되는 10여종의 PVC계 바닥재에 대한 독성지수를 최근 실험한 결과, 유독가스가 위험수준의 3~9배 방출되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불이 난 소주방 내부에도 실리콘계 창틀, PVC계 바닥재, 집성목(접착체로 붙여 만든 고밀도 목재) 진열대 등 가연성 자재가 많이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이같은 위험에 대한 대처는 부실해, 서울시립대 방재연구소 이창우 책임연구원은 "선진국에서는 모든 제품에 대해 유독가스 성분 실험을 실시해 불연 등급을 매기지만 우리는 그런 실험을 않고 있다"고 했다.
또 유독가스 인명피해가 갈수록 커지자 정부는 지난 3월 소방법 시행령을 개정해 술집·노래방·여관 등의 장식물에 불연·준불연재를 쓰도록 의무화했으나 적용 대상을 지나치게 허술히 해 실효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바닥재·소파·테이블·칸막이·가전품·문틀 등은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고, 장식물 면적이 천장·벽 합계 면적의 30%(스프링클러 있으면 50%) 이하일 경우에도 불연재 사용을 강제화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대구시내 노래방·술집·여관 등 8천300여개 다중 업소 대다수가 새 규정 적용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소방 관계자는 전했다.
이상준기자 all4you@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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