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 정상회담 의미

입력 2002-10-28 15:21:00

◈'선핵포기 후대화'재확인

한.미.일 3국의 27일 '로스 카보스 정상회담'은 북한의 핵개발 문제 해결방안과 관련해 '큰 틀의 합의'를 이끌어냈다는 점에 커다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고이즈미 준이치로(小泉純一郞) 일본 총리는 멕시코 로스 카보스의 웨스틴 레지나 호텔에서 가진 3국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핵개발 문제를 집중 논의, 공동발표문을 채택했다.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시인 파문 이후 이해 당사국인 3국 정상이 처음으로 대좌한 이번 정상회담은 시작전부터 북핵문제의 순조로운 해결 여부를 결정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관측돼 전세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같은 비상한 관심속에 진행된 로스 카보스 정상회담은 3국 정상이 북한의 핵문제에 대한 공통된 인식을 바탕으로 북측에 대해 문제해결의 수순과 방법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북핵사태를 풀어나가는 실질적인 출발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우선 3국 정상은 북한 핵개발 문제의 심각성에 공감을 하면서 북한 스스로 핵개발 문제에 대해 철저히 규명하고 조속히 폐기하는 것만이 문제해결의 지름길이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공동성명은 "3국 정상들은 북한이 핵무기 프로그램을 신속하고 검증 가능한 방법에 따라 폐기하고 최근 일.북 평양선언에서 합의한 바에 맞게 모든 국제적 의무를 완전히 준수할 것을 촉구한다"고 북한에 대해 강도높은 '압박'을 가했다.

특히 부시 미국 대통령은 회담에서 북한이 핵개발 프로그램을 먼저 포기하지 않는 한 북한과의 대화에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선(先) 포기, 후(後) 대화' 입장을 재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3국 정상은 '북한의 신속하고 성의있는 행동'을 강도높게 촉구하면서도 평화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다음 단계의 대응조치(next step)'에 대해선 북한의 태도를 봐가면서 결정키로 하는 등 유연한 자세를 취했다.

3국정상은 또 북한의 핵 문제를 한미일 공조를 바탕으로 국제사회와 협력해 외교적 노력을 통해 해결하기로 하고, 구체적인 대응책은 북한의 태도를 봐가면서 내달초 일본에서 열리는 TCOG(대북정책 감독조정그룹) 등을 통해 결정하기로 했다.

특히 공동발표문에 "부시 대통령은 미국이 북한을 공격할 의사가 없다는 지난 2월 한국에서의 발언과 자신은 미북관계를 변화시키기 위한 과감한 접근방법을 취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는 사실을 재확인하였다"는 대목이 포함된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게 외교당국자들의 설명이다.

공동발표문에는 또 "3국 정상들은 북한이 국제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참여의 폭을 넓히는 경우 얻을 수 있는 혜택에 대해 유의하였다"는 언급도 포함돼 있다.

이는 북한의 핵 문제가 협상의 대상이 될 수 없지만 북한이 '신속하고 가시적인 행동'을 취할 경우 '상응하는 반대급부'가 제공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네바 합의 문제가 '미묘한 문제'임을 인식하고 '주의깊은 대응'이 필요한다는데 대해 한미 정상이 인식을 같이한 점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회담에서 김 대통령은 "제네바 합의가 중대한 손상을 입은 것은 사실이지만 이문제에 대해서는 주의깊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제네바 합의에 의해 북한이 플루토늄 개발을 중단시켜 온 것이 사실이며 북한의 플루토늄 계획에 대해 새로운 위기가 조성되어선 안된다"고 강조했다고 일본측이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이에 대해 부시 대통령도 "이것은 매우 미묘한 문제임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면서 "수습되지 않는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호응했다.아울러 3국정상이 남북, 일북 대화 통로를 활용해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추구해나가기로 한 점도 의미있는 대목이다.

3국 정상은 북한이 제기한 불가침 조약 체결 문제는 논의의 대상에 포함시키지 않았으며, 이는 불가침조약 체결 불가라는 미국측의 입장이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어쨌든 3국 정상이 이번 회담에서 '평화적 해결' 방식에 합의했다 하더라도 북한측의 가시적인 행동이 선행되지 않는 한 북한의 핵문제는 해결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