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가서명이 확실시됐던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제6차 협상은 '완전타결'과 '결렬' 일보 직전까지 가는 상황이 연출되는 등 반전이 거듭됐다.막판까지 각자의 실익을 최대한 얻어내기 위한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이라는 점은 일찌감치 예견됐지만 뭔가 심상치 않은 먹구름이 드리워지기 시작한 것은 협상 이틀째인 19일 오후.우리측 수석대표인 이성주 외교부 다자통상국장은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은 채 "현단계에서 FTA 협정문에 가서명할 수 있을지를 장담하기는 어렵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러나 일요일인 20일 오전 칠레 대표단의 한국측의 절충안에 대해 긍정적으로 검토할 수 있다는 본국 정부의 훈령을 받아내면서 협상 타결에 관한 낙관적인 전망이 흘러나왔다.대표단의 한 고위관계자는 "수석대표 접촉을 통해 협상의 중요한 고비를 넘겼으며 가서명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중요 걸림돌이 제거됐음을 귀띔하기도 했다.
협상 타결국면으로 접어들자 제네바 주재 양국 대표부 회의실을 오가며 양측대표단은 △시장접근 △원산지 △통관 △투자.서비스 △정부조달.지적재산권.규범 등 5개 분야로 나눠 타결된 사항을 중심으로 가서명에 대비한 협정문안 작업에도 박차를 가했다.
그렇지만 3년여의 산고끝에 사상 최초의 FTA 체결이라는 '옥동자'를 기대했던 우리측 대표들의 표정은 오후 5시께부터 모처럼만에 화창하게 갠 제네바의 날씨와 정반대로 돌변했다.한국대표부 회의실로 자리를 옮겨 부속서에 담을 양허표를 점검하는 등 부산하게 움직이던 칠레 협상대표들도 회의실 인근으로 흩어져 핸드폰을 꺼내 들고 본국정부에 상황을 전달하느라 부산한 모습이었다. 이와 동시에 이 국장을 비롯한 대표단의 핵심 간부들은 취재진의 접근을 차단하고 긴급 대책회의를 갖는 등 긴장된 분위기가 감돌았다.
이어 이 국장은 오후 8시30분께 취재진과 만나 "농산물 일부와 투자.서비스 분야에서 입장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며 "이들 쟁점은 양측 대표단이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본국 정부의 훈령을 다시 받아 입장을 정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그러면서 이들 미타결 쟁점이 가서명 여부를 좌우할 수도 있다는 뜻을 우회적으로 시인했으며 협상 분위기는 일순간에 냉각됐다. 이 국장은 카운터파트인 마리오마투스 양자통상국장에게 21일 새벽 2시(한국시간 21일 오전 9시)께 본국 정부의 훈령내용을 통보해주겠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측 협상대표단의 일부는 내심 정부의 훈령에 긍정적인 내용이 포함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버리지 않았으며 양측의 실무대표들은 협정문안 정리 작업을 계속 진행했다.
칠레대표들은 오전 6시 무렵 호텔 체크아웃을 위해 삼삼오오 회의장을 떠나 숙소로 향하기 시작했으며 '기본입장 고수'라는 훈령을 전달받은 이 국장 등 간부들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을 보이면서 재경부 고위관계자들과 전화접촉을 시도하는 등막판 설득을 시도했다. 이들은 해외출장중인 황두연 통상교섭본부장 등 외교부 고위관계자들을 통해 후속 대책을 협의하는 한편 재경부 등 관계 부처 최고위 인사에게 입장재고를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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