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데스크-'대구 노래'가 없다

입력 2002-10-16 00:00:00

하늘로 솟았느냐 땅으로 꺼졌느냐

개구리 잡겠다고 웃으면서 나가더니

흔적조차 없다더냐

와룡산 산마루에 하루해가 또 지는데

얘들아 돌아오라 엄마품에

돌아오라 엄마품에

내 아들아 어디로 갔느냐

헤아려 며칠이냐 손꼽아 몇 달이냐

네 친구 개구리도 엄마품에 고이안겨

겨울잠을 잔다더라

옷이나 입고있나 밥이라도 먹고있나

얘들아 돌아오라 엄마품에

돌아오라 엄마품에

내 아들아 어디에 있느냐

'개구리소년'이라는 노래의 가사다.

개구리소년 실종 당시 필자가 만든 노랫말이다.

길어야 몇 달이면 돌아올 것 같았던 개구리소년들은 무려 11년이 지나서 참혹한 유골로 돌아왔다. 소년들의 사인이 조속히 규명되기를 바란다. 가요 '개구리 소년'

11년 세월 사이 가요 '개구리소년'도 거의 잊혀졌지만 당시 짧은 노랫말로 애끓는 부모의 심정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고심했던 기억이 난다. 개구리소년은 당시 크게 유행했다고 할 순 없으나 노래방에 오를 정도로는 불려졌었다.

그 가운데 특이했던 점은 그 노래가 사건 현장인 대구에서보다 전라도나 다른 지방에서 더 많이 불려졌다는 사실이다. 필자는'개구리소년' 이전에 '동성로의 밤'이라는 가요를 만든 적이 있다.

서울서 여럿이 술을 마시다 왜 대구는 변변한 대중가요 하나 없느냐는 게 화제가 됐다. 서울의 노래는 '럭키서울'서부터 '마포종점' '덕수궁 돌담길' '돌아가는 삼각지' '서울의 찬가' '서울 서울 서울' 등 무수히 많고, 부산도'이별의 부산정거장' '용두산 엘레지' '남포동 부루스' '돌아와요 부산항에' 등 다양하다.

그밖의 크고 작은 도시들도 '대전블루스' '천안삼거리' '연안부두' '목포의 눈물' '울산 아가씨' '감수광' '칠갑산' 등등 전국에 알려진 저마다의 노래가 있고, '홍콩 아가씨'에 '킬리만자로의 표범'까지 나와 있는데 제3의 도시라는 대구는 뭐냐는 것이었다.

방송PD 하는 친구는 전국적으로 알려진 가요 한곡 없는 대구 때문에 명절이나 특별한 날에 '팔도 가요대전' 따위의 전국을 한 순배 도는 노래잔치 프로그램을 만들 수가 없다면서 엄살과 힐난을 쏟아냈다. 실제로 그런 종류의 프로그램을 제작할 경우엔 대구 경북을 엎쳐서 '영일만 친구'로 땜질하거나 대구는 아예 빼먹고 진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었다.

그때 자극받아 만든 게 '동성로의 밤'이다. 몇이서 '돌아와요 부산항에'에 버금가는 대구 노래를 만들기로 하고 필자가 작사를 했다. '동성로에 밤이오면 화려한 네온아래 / 젊음이 넘친다 사랑이 여울진다 / 그토록 많은 사연 그토록 많은 이별 / 말없이 쓸어안고 흘러만 가는 / 아~ 추억어린동성로의 밤이여 동성로에 밤이오면 뜨거운 열기아래 / 젊음이 춤춘다 사랑이 노래한다 / 그토록 애절했던 그토록 슬픈 이별 / 말없이 쓸어안고 흘러만 가는 / 아~ 사랑어린 동성로의 밤이여' 실패한 '동성로의 밤'

음반이 나오고 '돌아와요 부산항에'가 부산에서 선풍을 일으키며 북상했듯이 '동성로의 밤'도 대구에서부터 쓸고 올라가도록 한답시고 홍보용 테이프를 대량으로 만들어 동성로를 비롯한 도심 상가 일대에 배포하고, 일부 나이트클럽 회관에서 전속가수를 시켜 '동성로의 밤'을 매일 부르게 하는 작전도 동원했다. 라디오방송서도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스포츠신문, 잡지에도 실렸다.

이쯤되면 떠야했다. 서울의 관계자는 그만하면 할만한 일은 다 한 셈이라며 감탄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동성로의 밤'을 부른 가수는 뒤에 '개구리소년'도 부른 사실상 무명가수였다. 가창력이 다소 떨어진다고 쳐도 노래는 괜찮은 것 같은데….

답답한 제작관계자는 서울서는 동성로가 어디 있는지도 모르고 어차피 대구는 안되는 곳이니 '동숭로의 밤'으로 바꾸자고 주장하기도 했다. 대구 노래는안된다는 결론이었다. 사실 '동성로의 밤' 이전에도 대구를 소재로 한 노래는 만들어졌지만 하나같이 실패했다. '동성로의 밤' 몇 년 후엔 매일신문과 대구문화방송이 공동으로'대구 가요'를 공모해서 유명가수에게 취입시켜 열심히 홍보한 적도 있었지만 역시 허사였다. '개구리소년'도 다른 지역에 비해 호응도가 낮았고.

그래서 '보수적'이란 말로 통칭되는 대구의 시민성, 기질에도 일단의 원인이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얘기도 나왔다. 회식자리든 경기장에서든 '소양강 처녀'나 '부산갈매기'만 목놓아 불러서야….

그러나 "좋은 노래가 아직 만들어지지 않았을 뿐이다"라고 결론할 수밖에 없다. 행여 대구가 난공불락을 고집하더라도 전국민이 대구를 애창하게 하면 되니까. 그것이 대중가요의 장점이다. 대중가요는 글자 그대로 대중적인 힘을 가지고 있어 노래 하나가 창출하는 시민 화합과 지역 홍보 효과는 엄청난 것이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언제나 흥얼거릴 수 있고, 어디 가서 불러도 대구가 그립게 다가오는 노래…. 지역 정서가 곰삭아 있는 그런 노래 한곡 쯤은 있어야 하지 않을까. 그런 사랑 받는 대구 노래가 나오기를 고대해 본다.

김재열(특집기획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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