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사를 보호하자니...

입력 2002-10-14 15:25:00

얼마전 땅군들의 얘기를 다룬 TV 프로그램을 봤다. 자연생태보호론자와 땅군들의 입장을 서로 번갈아가며 소개해 주면서

환경부에서 내년초까지 현재의 칠점사나 먹구렁이 등 보호종뿐만 아니라 모든 종류의 뱀(독사포함)을 잡을 수 없도록 하고 유통을 못하게 하는 법을 제정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생태계를 보호하고 먹이사슬을 유지하는 차원에서 모든 뱀을 보호해야 한다는 자연생태보호론자의 주장에 대해 땅군들은 자기들의 생업을 포기해야 할 처지이니 반대입장이라는 의견을 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농민들의 입장이 나타나지 못해 안타까웠다. 실제로 뱀과 가장 관련이 있는 사람들은 농민이라고 할 수 있다. 거의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어떤 식으로든지 뱀과 접하게 된다. 그렇다 보니 독사의 피해를 가장 많이 보는 사람도 농민이다.

농민들은 일터로 가다가 뱀을 만나고 일터에서도 만나고 심지어는 집의 헛간에서도 뱀과 마주치게 된다. 밭에서 일하다가 뱀을 볼 때는 무의식적으로 깜짝 놀란다. 물리지 않더라도 심리적으로 상당히 위축된다.

시골에서 가장 두려운것은 독사다. 가장 위험한 동물이며 심할 경우 생명까지 위협을 받는다. 보호장구를 착용하고 일을 할 수도 있지만 농사철 한여름 땡볕에 뱀의 습격을 받지 않으려면 두꺼운 장화에 고무장갑, 두꺼운 옷을 입고 모든 피부는 덮어줘야 한다.

또 뱀에게 물리지 않으려면 지면에서 최소한 30㎝ 이상 떨어져야 하는데 밭일, 논일을 하다보면 손으로 할 일도 있고 앉아서 할일도 있고 물속에서 할 일도 있다. 생태계를 보호하려는 취지는 좋은데 모든 뱀을 못잡게 하면 나중엔 농가의 방에까지 뱀들이 들어올 것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농민들의 생명과 재산에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독사를 보호하는 법을 제정중이라니 어처구니가 없다. 현장에 나가보지 않고 탁상머리에 앉아서 일부 생태환경론자들의 의견만 들어보고 정책이나 법을 입안해서는 안될 것이다.

김종하(구미시 거의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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