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테러, 아시아도 안전지대 아니다

입력 2002-10-14 00:00:00

인도네시아의 휴양지 발리섬 남쪽 쿠타에서 12일 밤(현지시간)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 187명이 숨지고 300여명이 부상하는 참극이 벌어졌다. 테러범들은 고성능 폭약을 장착한 지프형 차량을 그곳 사리나이트클럽 앞에서 폭발시켜 참화를 일으켰다.

사상자들은 대부분 호주·독일·영국 등 서방국가 관광객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같은 날 거의 같은 시각, 발리섬 레노의 미국 영사관 인근에서도 사제폭탄이 폭발, 동시다발적 테러의 심증을 짙게 하고 있다.

이번 테러 사건은 몇 가지 점에서 우리에게 우려를 던진다. 첫째는 테러의 지역개념이 없어졌다는 사실이다. 인도네시아는 아시아 최대의 이슬람 국가로 알 카에다 등 테러집단의 은신처가 돼가고 있다는 우려가 없지 않았다. 그러나 아시아, 그것도 인도네시아가 테러의 직접적인 대상국가가 될 것이라는 의구심은 높지 않았다.

아랍 대(對) 서방의 일로 치부되던 테러의 고정관념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종언을 고하게 된 것이다. 아시아 역시 테러의 위험에 노출되고 말았다는 이야기다.둘째는 테러의 목적달성을 위한 무차별성이다.

물론 미국의 9·11사태가 보여준 것처럼 테러가 인도적으로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파문 극대화를 노려 서방국이 아닌 아시아의 세계적 관광지를 테러 대상으로 했다는 것은 우리를 섬뜩하게 한다. 그것은 '아랍과 이슬람 국가에 대한 공격중단'을 요구하는 테러집단이 자신들의 목표달성을 위해 아시아를 희생물로 할 수 있다는 무차별성을 뜻하는 것이다.

셋째는 무력사용의 당위성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동안 미국은 명분 약한 이라크 침공문제로 세계인의 심기를 불편하게 만들어왔다. 이번 사태는 그런 미국의 입지를 강화시켜 지구촌이 힘과 테러의 충돌사태로 치닫게 할 우려가 없지 않다. 그것은 평화를 염원하는 세계인들의 이상과 동떨어진 것임에 틀림없다. 비문명적·반인륜적 범죄행위인 테러가 지구촌에서 사라져야할 이유다.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