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에 따르면 우리나라 여성들의 평균 출산율은 일본, 프랑스,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보다 낮다. 2001년 기준으로 가임 여성 한 명이 평균 1.3명의 자녀를 낳고 이런 추세라면 20년 안에 인구 감소현상이 나타날 것이라고 한다. 2명 이상의 자녀를 낳아 키울 수 없는 사연과 대책을 알아본다.
◇제 먹을 것은 타고난다?=10년 전까지만 해도 사람들은 '제 먹을 것은 제가 타고난다'는 말을 했다. 그러나 요즘 아이들은 그렇지 못하다. 곽동만(38.대구시 달서구 용산동)씨는 8살짜리 아들 하나를 두고 있다. 그는 매월 25만원 가량이 아이 교육비에 들어간다고 말한다. 먹이고 입히는 비용을 합하면 40만원이 넘을 것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부모님들은 조금이라도 젊었을 때 한 명쯤 더 낳으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불가능해요". 그는 내 집 마련 부담에 아이를 둘씩이나 키울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말한다. 10살짜리 아들 하나를 둔 김기진(40.대구시 북구 침산동)씨도 비슷한 이유로 자녀를 더 낳지 못했다.
◇내 인생을 즐기자="아이 키우는데 제 인생을 몽땅 투자하고 싶지는 않아요". 아기를 갖지 않기로 결정했다는 광고회사 직원 김모(여.30)씨는 훌륭한 엄마로 살기보다 자기 인생을 즐기고 싶다고 말한다. 이들 부부는 정기적금을 붓고 있어 50대 초반부터 여행을 하며 삶을 즐길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맞벌이 부부="오늘도 화분 2개를 깼어요. 맞벌이라 낮에는 시댁에서 돌보는데 잠시도 가만있지 않아요. 태풍 루사가 왔을 땐 방안을 온통 물바다로 만들었어요. 텔레비전에서 물에 잠긴 집을 보고 흉내를 낸 거죠. 빨리 둘째 아이 낳으라던 시어머니도 요즘은 애 더 낳는 걸 반대하는 눈치입니다". 여교사 양모씨가 둘째 아이를 낳을 수 없는 이유다. 많은 맞벌이 부부는 아기를 마음놓고 맡길 곳이 없어 출산을 포기한다고 입을 모은다.
현재 전국적으로 직장보육시설이 설치된 곳은 대기업을 중심으로 230여 곳. 영유아 보육법상'여성근로자 300인 이상'기업은 직장보육 시설을 설치하도록 돼 있지만 강제력은 없기 때문이다. 여성의 사회활동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데, 탁아시설은 제자리걸음 수준인 셈이다.
◇문제점.대책=출산율 하락의 충격은 크다. 젊은이들이 부양해야 할 노인의 수가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이다. 생산가능인구(15~64세) 대비 65세 이상 노인인구 수를 나타내는 노인부양부담은 2000년 10명당 1명에서 2030년에는 3명당 1명으로 급증할 전망이다.
경북 여성 정책 개발원 양승주 수석연구원은 "우리와 비슷한 상황을 겪었던 북유럽 국가들은 출산수당, 육아휴직 확대 정책으로 출산율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고 말한다.
양 연구원은 "이제 출산에 따른 부담을 전적으로 개인에게 맡길 게 아니라 사회가 더 많이 떠 안아야 할 때"라고 강조한다. 육아와 사회활동이 양립될 수 있는 환경조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아내들에게 지워진 육아부담을 남편들이 나누어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덧붙인다.
조두진기자 earful@imaeil.com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