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가에는 여전히 한숨소리가 끊이지 않는 모양이다. 국제통화기금 체제 이후 '대학이 실업자 양성소가 돼버렸다'는 말이 사라지지 않고 있으며, 정부의 대책도 '집이 다 타버린 뒤 소방차를 부른 꼴'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다.
직장을 갖는 것이 일생의 가장 중요한 출발이라는 점은 새삼 떠올릴 필요조차 없다. 그런데도 젊은이들이 일자리가 없어 첫 출발부터 좌절을 겪는다면, 이는 사회 불안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게다가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마저 무너져버려 그 요인은 증폭되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에 이제 '자격증'은 치열한 경쟁을 통해 살아가야 하는 현대인들에게 생존을 위한 필수 조건이 되고 있다. 사회 진출을 앞둔 청년들이 직장을 얻기 위해서는 능력과 평가, 증명할 수 있는 자격증의 중요성이 강조될 수밖에 없게 됐다. 부동산 중개업을 하려면 물론이고, 작은 식당을 운영하려 해도 조리 관련 자격증이 있어야 할 정도로 이 요건은 광범위하게 요구되는 세상이다.
▲오는 20일 치러지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무려 26만5천995명이나 몰렸다 한다. 더구나 이 가운데는 대학 졸업자가 46.5%(대학원 이상 4.1%, 4년제 42.4%, 2년제 14.9%)에 이르고, 현직을 가진 회사원이 25.4%나 되며 공무원은 6%, 은행원도 3.4%를 차지한다니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취직난은 물론 봉급 생활로는 불안해 미래를 대비하려는 경향이 반영되고 있는 셈이나, 이 중에는 퇴직한 은행 지점장, 대기업 임원 출신 등도 적지 않다는 사실도 주목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공인중개사 자격증 열풍이 이처럼 드세지는 것은 지난해부터 서울 강남 지역을 중심으로 부동산 투기 바람이 거세지면서 부동산 중개업무로 적지 않은 수입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인 점도 주요 원인인 모양이다. 최근 3억~4억원을 호가하는 강남의 13평형 아파트 한 채만 매매 계약을 성사시켜도 법정수수료만 150만원 이상의 수입을 얻을 수 있다고 하지 않는가. 이번 시험에 서울.경기 등 수도권 지역 응시자가 전체의 70%를 차지한다는 사실도 이를 여실히 말해 주고 있다.
▲정부의 경제.교육 정책의 실패가 지금의 실업난을 불렀다는 지적이 만만찮다. 정보통신 산업의 발전을 외치며 '벤처 붐'을 일으켰던 정책이 벤처의 거품이 빠지면서 일자리 창출은 고사하고 젊은층에 좌절감을 안겨준 점이나 기업에 대한 지나친 규제로 그 환경이 더 열악해진 점, 적정한 수요 예측 없이 대학 정원을 무작정 늘린 점 등은 그 대표적인 예들이다. 공인중개사 응시 급증 현상은 여전히 표류하고 있는 실업 대책, 봉급 생활자들의 불안감 증폭, 부익부 빈익빈으로 치닫는 우리 사회의 풍속도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아 입맛을 쓰게 할 따름이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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