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 애널 믿다 낭패 볼라

입력 2002-09-07 14:39:00

지난 4월 개인투자자 백모씨는 전화요금고지서를 보고 깜짝 놀랐다. 3월 한달 동안의 전화요금이 220만원이나 청구된 것이다. 화근은 증권투자 유료전화상담 SMS(Send Message Service)였다.

자칭 전문가라고 하는 사이버 애널리스트로부터 30초에 2천원씩 하는 SMS 유료전화상담을 하루 1~2번씩 받았을 뿐이었는데 전화요금이 이처럼 많이 나올 줄 백씨는 상상도 못했다. 비싼 대가를 치렀으면 수익률이라도 좋아야 하건만 3월 한달간 백씨의 계좌수익은 마이너스였다.

실력이나 도덕심이 결여된 증권 애널리스트들은 그 자체 만으로도 '민폐'일 수밖에 없다. 요즘 자질 낮은 애널리스들은 투자자들로부터 집중 성토의 대상이 되고 있다. 모 유명 증권사이트의 게시판에 들어가 보면 애널리스트들을 비난하는 수 백 건의 글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구설수에 오르내리는 이들은 '대박주' '초급등주' 등 화려하고 솔깃한 문구로 초보투자자들을 현혹한 뒤 비싼 상담료만을 챙기는 수준 이하의 사이버애널리스트들이다.

한 투자자는 "대박종목을 무료로 알려준다고 해서 호기심에 가입했는데 대박이라는 말에 홀려서 통화버튼을 눌렀다가 3분정도 통화하고 나면 1만2천원이 나간다"며 "이들은 미리 추천 종목을 사 놓은 뒤 멋모르는 '개미'들이 매수하면 패대기쳐 버린다"고 지적했다.

비판을 받기는 제도권 애널리스트들도 예외가 아니다.최근에는 ㄷ증권사의 간판 애널리스트로서 언론에 자주 오르내린 정모씨마저 주가조작 비리에 연루돼 긴급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져 증권가에 충격을 주고 있다. 검찰 수사에서 진상이 밝혀지겠지만 정씨는 코스닥 모 등록기업으로부터 돈을 받고 이 종목을 데일리를 통해 추천한 혐의를 받고 있다.

애널리스트에 대한 불신은 증권 사이트 '안티뷰닷컴'(www.antiview.com)이 실시한 인터넷 투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이 증권사이트가 지난 7월 최악의 애널리스트에 대해 투표를 벌인 결과 한 경제주간지가 뽑은 올해 상반기 베스트 애널리스트들이 대거 포함돼 있는 것으로 나타나 증권가에 파문을 일으키기도 했다.

개인투자자 정모(43.대구시 동구 방촌동)씨는 "인터넷 증권사이트에 실린 애널리스트들의 분석글을 읽다 보면 오히려 투자판단이 흐려진다는 생각에 아예 거들떠 보지 않는다"며 "애널리스트에게 의존하기 보다 자신만의 투자원칙과 노하우를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