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도서관 '업그레이드'

입력 2002-07-27 00:00:00

조선조에 만들어진 '독서당(讀書堂)'은 인재양성 기관이다. 조용하고 풍광이 빼어난 곳에 개설하고, 장래가 촉망되는 젊은이들이 책읽기에 전념하도록 나라가 뒷바라지를 해줬다. 임금들의 지원도 대단했다.

궁중음식을 전담하던 태관들이 음식을 만들었고, 그 권위를 높이기 위해 대제학은 독서당 출신 가운데 뽑도록 제도화하기까지 했다. 이런 전통 때문인지 우리나라 사람들처럼 독서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는 민족도 드물다. 지금 기성세대들의 대부분이 학창시절에는 취미난에 '독서'라고 쓸 정도였다.

▲그러나 요즘은 세상이 크게 달라졌다. TV를 보고 자란 '영상 세대'와 책을 읽으며 자란 '활자 세대'간에는 큰 차이가 있다. 영상 세대는 머리 속에 논리의 길을 내려 하기보다는 영상을 거르지 않고 수용, 모자이크하는 경향이며, 책읽기의 사각지대에서 자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입시 위주의 교육 때문이기도 하지만, 도서관 이용률이 고작 6~9%(초 9%, 중 7%, 고 6%) 선이다.

▲전국 1만여 초.중.고교의 도서관을 다기능 복합시설로 바꿀 모양이다. 도서관이 없는 학교에는 신설하고, 기존의 것은 리모델링으로 탈바꿈시킨다. 교육인적자원부는 26일 이 같은 골자의 활성화 방안을 발표, 학교 도서관을 독서.멀티미디어 교과수업.음악과 영화 감상 등 종합적인 학습 지원이 가능한 학교안의 핵심 시설로 바꾸겠다고 밝혔다. 책 기증하기 운동 등 도서관 살리기를 위한 정부.학부모.시민단체 공동 캠페인 등도 펼칠 계획이라 한다.

▲그간 학교 도서관은 낡은 시설과 장서 부족, 관리 인력 부재 때문에 사각지대나 다름없었다. 1천991개 학교에는 도서관이 없고, 있는 학교도75% 정도가 교실 1.5개 크기의 규모가 고작이다. 이 때문에 도서관이 없는 학교는 2007년까지 신설하고, 기존 도서관도 교실 2~4개 규모로 커지며, 장서도 1인당 5.5권에서 10권으로 늘릴 움직임이다. 또한 1명 이상의 관리 인력이 배치되고, 프로젝션TV.인터넷, 영화.음악 감상 시설, CD롬 등도 갖추게 될 것이라 한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이 가능한 PC가 1대도 없는 학교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사서가 배치된 경우가 10% 정도인 지금보다는 엄청난 변화가예상된다. 이를 위해 3천억원의 예산도 투입할 모양이다. '영상 세대'를 위한 배려도 읽게 한다. 그러나 문제가 없지 않다. TV와 PC에 친숙한 이들을 어떻게 하면 책을 많이 읽게 하느냐가 관건이 아닐 수 없다. 독서량이 중학생까지 한달에 3권 정도이며, 고등학교에 가면 그 절반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하지 않는가. 우리 사회 분위기나 교육 환경에 대해 되돌아 봐야겠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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