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이 문화유적답사라는 이름으로 유행처럼 번지던 시절 내가 살던 곳에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저마다 당시 답사문화를 주도했던 어느 교수의 책을 들고 꼼꼼이 둘러보던 모습들이 인상적이었는데, 그들로부터 받은 질문 중에많은 부분이 책에 보니 사찰건물이 옛날에는 이러저러 했는데 와보니 다르다.
옛날 것이 좋아보이는데 왜 고쳤느냐는 것이다. 사찰은 옛날 그대로의 것이 좋은데 후대인들이 문화적 감각 없이 크고 화려하게 새로 지어 문화유산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다. 나 역시 크고 화려한 것만 추구하는 현대인들의 삶의 방식이나 몇몇 사찰의 대규모 불사에 적잖은 문제를 느끼고 있던 터였다.
그들의 생각에 동조하면서도 사찰이나 문화유산을 삶의 공간이나 방식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문화재의 개념으로만 바라보는답사가들의 생각에 대해서는 한번 짚고 넘어가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현재의 시각으로 과거를 해석해서는 문화유산을 제대로 이해 할 수 없다. 문화유산이 조성된 시대의 삶의 공간에 뛰어들어 그 시대의 삶의 조건과 그 시대 사람들의 삶의 방식으로 느끼고 이해해야 문화유산이 고정화된 유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생명체로 다가오는 것이다.
동 시대인으로서 느끼는 공감없이 문화재는 살아 움직이지 않는다. 불교문화 유산 또한 마찬가지다. 현재 많은문화재들이 사찰에 분포되어 있지만 사찰 그 자체가 고정화된 유물이 아니다. 사찰은 스님들이 수행하는 곳이며 삶의 터전이다.일어나서 몸을 누일때까지 행동 하나하나를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으로 생각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동체이다.
불교문화 또한 이러한 사찰과 스님들의 삶의 방식에 대한 이해와 공감으로부터 출발해야 그 진정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몇몇 사찰의 대형불사와 문화훼손의 문제점 또한 사찰을 문화재적 개념이 아닌 삶의 공간으로 이해해야 제대로 볼 수 있다.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한 환경단체의 캠페인이 떠오른다. 물질적 편리함만을 추구하지 않고 절제하는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말이다. 대형불사의 근본문제 또한 청빈과 절제라는 승가 고유의 전통을 버리고 필요성을 넘어선 과도함이지 문화재의 유무가 아니다.
법륜 동화사 기획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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