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광매 기념관 개관 권병탁 교수

입력 2002-07-24 14:30:00

쓸어내면 쓰레기에 불과하지만 오래도록 보관하면 보물이 되는가. 일단 무엇이든 손 안에 들어오면 버리지 않았던 노교수의 평생 문화유산 사랑이 기어이 전통산업박물관을 탄생시켰다.

'송광매기념관'. 대구시 남구 대명1동 여성차병원 뒷골목에 위치한 이 박물관과 그 안의 갖가지 소장품들은 권병탁(74) 영남대 명예교수 내외가 함께 지내온 반세기의 그림자와도 같다.

세월의 무게가 흠뻑 밴 구석구석 한점 한점마다 권 교수 내외의 잔손과 발품의 흔적이 진득하게 묻어난다. 그곳은 그래서 실사구시(實事求是)와 이용후생(利用厚生)을 추구해온 노경제학자의 삶과 철학이 담긴 공간이기도 하다.

권 교수 내외의 오랜 보금자리에 마련된 이 박물관은 7개의 전시실로 구분된다. 20년 세월을 매달려온 매실 연구와 보급운동의 산물인 '매실방', 서화·전통염색 등 부인 송수희 여사의 솜씨방인 '국원예방', 도자기류를 주내용으로 한 '도자기방', 길쌈의 산 역사를 담은 '길쌈방', 쇠부리(야철)에 관한 실증적 자료를 모은 '쇠부리방', 그리고 '생산도구·생활자료방'과 '약령시방' 등.

권 교수는 자신의 분신과도 같은 박물관의 공식 개관(5월 20일 문광부 등록인가)과 함께 이곳에 보관된 자료의 일부 그림과 해설을 한데 묶어 '송광매기념관'(펴낸곳 해조음)이란 책으로 발간했다. 책의 구성 또한 7개의 전시실을 각각 7편으로 나눠 해설한 형태를 갖췄다.

한 자연인이 홀로 이뤘다기에는 너무도 방대한 업적. 그래서 그는 기인으로 불리기도 하며, 초능력자로 통하기도 한다. 어쨋든 분명한 것은 그가 살아있는 학문을 해온 참 스승이라는 점이다.

매실나무 줄지어 선 기념관 마당에 들어서면 옛 길쌈과 도자기·쇠부리 등 우리 전통산업과 문화의 참된 모습을 찾아 동분서주해 온 노교수의 체취가 배어난다. 씨매실 송광매를 되살려 국민적 보급운동을 펼쳐온 노학자의 열정이 방울방울 매달려있다. 053)624-4561.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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