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에게 7월은 좋은 달이다. 엄마, 아빠 손잡고 산으로 들로, 나들이를 떠나는 계절이기 때문이다.하지만 우리 주변엔 나들이는 커녕 세끼 식사도 챙겨먹지 못하는 아이들이 있다. 최근 이혼율 증가 등으로 해체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배고픈 아이들'은 더욱 늘어나는 추세다.
배고픔보다는 따뜻한 사랑이 더 그립다는 결식아동들. 이 아이들에게 이웃의 사랑은 아직도 먼나라 얘기다.초등학교 6학년인 철호(12.가명)는 방학만 끝나면 2kg쯤 몸무게가 줄어든다. 학교에 다닐때는 급식을 통해 점심이라도 챙겨먹지만방학때는 하루 1끼 먹기도 힘들기 때문이다.
철호가 5세때 아버지가 알코올중독증세로 돌아가시고 어머니는 10세때 병으로 눈을 감았다. 철호는 그래서 할머니, 그리고 2명의 누나와 단칸방에서 함께 살고 있다.
할머니는 하루종일 식당에 나가 일을 한다. 검정고시를 준비한다는 큰누나(18)는 1주일에 귀가하는 날이 1, 2번 뿐이다. 고교생인작은 누나(17)도 방학때면 저녁을 굶어야 한다. 어린 철호가 굶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올 가을부터는 형편이 더욱 어려워진다. 큰누나의 나이가 올 9월이면 18세가 돼 소년소녀가장에게 지원되는 지원금이 끊기기 때문이다. 여태까지는 결식아동지원 상품권을 모은 뒤 이를 되팔아 보일러기름도 넣고 쌀도 사고 했는데 올 해부터는 이 상품권 지원마저 끝났다.
"이제는 배가 고픈게 오히려 더 편해요. 돈 많이 벌어서 나중에 많이 먹으면 돼요". 철호는 절망속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민수(10).민성(9) 남매도 '밥'하고는 거리가 먼 아이들이다. 거듭된 병치레때문에 자신의 몸도 추스리기 힘든 팔순의 할머니와 살아가는이들 남매.
게다가 할머니는 사업에 실패한 뒤 떠난 아버지의 부채까지 떠안고 있다.어머니는 민성이가 어릴적에 집을 나갔다. 이 아이들은 매일매일 계속되는 배고픔이라는 고통보다 부모의 사랑이 더 그리울지도 모른다.할머니 몸이 좀 괜찮은 날은 밥먹는 날. 그렇지 못한 날은 굶는날. 이 아이들의 식사달력엔 빨간날이 너무 많다.
한국이웃사랑회 대구지부 조사에 따르면 지난달 말 현재 대구지역에는 1만8천400여명의 결식아동이 보고돼 있다. 전국적으로는 16만4천여명의결식아동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대구지역의 경우 전체 초.중.고교생 42만9천245명 가운데 4.5%가 결식아동인 것으로 조사돼 전국 평균 2%를 크게 웃돌고 있다.이웃사랑회는 외환위기 직후인 98년 대구지역 결식아동은 6천540여명이었지만 2001년 1만5천500여명으로 불어난 이후 증가세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학기중엔 학교급식이 가능하지만 방학중엔 급식이 아닌 쿠폰이나 현금으로 지원되기때문에 대다수 아이들이 제대로된 식사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
이웃사랑회 박성훤사회복지사는 "일부 학교에서는 방학중 지급되는 우유 30개를 한꺼번에 지원하는 경우까지 있다"며 "예산증가가 결식아동 증가세를 따라잡지 못해 이번 여름방학에도 전체 결식아동의 2.3%에 불과한 400여명만이 급식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웃사랑회는 방학기간중 급식혜택 수혜학생이 줄어드는 이유와 관련 학교급식의 경우 급식단가가 저렴한 반면 방학중에 이용하게 될 일반식당은 급식단가가 높아 부득이하게 급식대상아동 숫자를 줄일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최경철기자 koala@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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