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독도 천연기념물 지정 이후

입력 2002-07-13 14:20:00

정부가 독도 전체를 천연기념물(제336호)로 지정한 것은 지난 2000년 9월 5일. 그러나 독도 생태계를 보존하겠다는 명분뿐 독도의 환경은 여전히 버려져 있었다.

지난 6월에 이어 이달에도 '푸른울릉독도가꾸기모임' 회원들이 벌이는 독도 정화사업팀과 함께 취재기자가 독도를 찾았다. 경비대 막사와 독도등대 사이의 부속건물 3동에 각각 설치된 발전기 7기 중 1기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변함 없이 독도에 필요한 전력을 생산하고 있었다. 나머지는 비상용으로 설치한 것.

그러나 동도 최상단부에 설치된 발전실 주변은 온통 기름으로 얼룩져 있고, 발전실 뒷쪽 태극기 문양이 새겨진 바위는 발전실에서 내뿜는 매연으로 까맣게 그을려 있었다. 주변에 자생하는 해국 등 들풀잎도 매연에 찌들어 있었다. 발전실 앞쪽 주변의 흙을 막대기로 파보았다. 얼마 안되는 흙은 온통 기름에 젖었다.

중간 발전실도 바닥 전체가 기름에 젖어 있었다. 중요한 손님들의 독도 현지 방문계획이 있으면 울릉도에서 공급한 모래흙을 바닥에 뿌리는 덧씌우기도 간혹한다고 한 대원이 귀띰했다. 경비대 막사쪽에서 해안쪽 동키바위를 연결하는 100여m 구간에는 30개 이상의 고무호스와 쇠파이프, 전선이 바위에 매달려 얽혀있었다.

바닷물을 민물로 만들기 위해 연결된 배관도 잘려나간 것이 많고 한번도 철거하지 않고 수년간 보강 시공만 계속한 탓에 곳곳이 얽혀 어지러웠다. 오히려 사용하지 않고 그대로 방치된 호스가 더 많다고 대원들은 말했다.

지난 6월에는 울릉군청 독도담당 직원 2명이 독도를 방문, 문화재청이 마련한 천연기념물 표지석 한 개와 경북도.대구지방환경관리청이 공동제작한 표지판을 동도 해변과 중간에 설치했다. 표지판에는 폐기물 투기행위 금지, 훼손행위 등 금지사항이 나열돼 있지만 정작 매연 등환경문제에는 전혀 효력을 발휘하지 못했다.

또 접안시설에서 정상 수비대 건물까지 연결된 소규모 도로의 시멘트 계단 기둥을 잇는 쇠파이프는 녹이 심하게 슬어 있었다.수년째 곳곳이 허물어져 임시방편으로 로프를 매어 사용하는 형편.

대원들이 사용하는 리프트카도 문제다. 접안시설과 멀리 떨어져 무용지물인 셈. 때문에 대원들은 대부분 보급품을 비좁고 허물어진 도로를통해 등짐으로 옮기는 위험과 불편을 감수해야 하는 형편이다.

경북경찰청은 신설 리프트카 건설 계획과 도로보수 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정작 독도를 천연기념물로 지정한 문화재청은 생태보존을위한 상시 순찰활동 등 섬 관리에는 아예 눈을 돌리지 않고 있다.

울릉.허영국기자 huhy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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