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 함께가자-(4)교육청간 교류 협조

입력 2002-07-12 14:44:00

대구의 초.중.고생과 교사들이 가장 흔히 찾는 교육포털 사이트는 대구에듀넷(www.dgedu.net)이다. 방문해보면 학생마당, 교사마당, 인터넷 방송 등의 큰 메뉴가 보이고 좌우로 시청각자료, 체험학습, 교원정보화 원격연수, ICT소양 등 다양한 콘텐츠들이 빼곡하다.

창을 바꿔 경북의 학생, 교사들이 즐겨찾는 교육포털 사이트 교육넷(www.gyo6.net)으로 옮겨보자. 학생과 교사, 일반인들을 위한 교수.학습마당이 크게 펼쳐져 있고 디지털도서관, 사이버스쿨, 각종 자료실 등이 아래위로 가득하다.

두 사이트 모두 방문자들의 만족도가 대단히 높은 편이다. 하지만 문제는 대구시와 경북도 교육청에서 각각 운영하는 두 개의 사이트가 크게 봐서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세부적으로 들어가면 나름의 특색이 있고, 다른 콘텐츠가 많다고 주장하겠지만 이용하는 학생과 교사들 입장에서는 그리 다를 게 없다.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콘텐츠 하나 개발하는데도 적잖은 인력과 시간, 비용이 투입돼야 하는데 매일 수천~수만명이 이용하는 포털 사이트를 어째서 제각각 만들었을까. 양측 관계자들은 "시.도별로 교육지표가 다르고 학생, 교사들의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구성해야 할 필요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나 이상주 교육부장관조차 "16개 시도가 제각기 정보화의 소프트웨어 분야를 개발하는 것은 중복투자"라고 지적할 정도로 문제가 크다.

당분간 이를 바로잡기가 힘들어 보인다. 맞붙어 있는 대구시와 경북도 교육청이라도 이를 위한 협조 체제를 하루빨리 구축하는게 예산.인력.시간 낭비를 막는 길이 아닐까.

가장 많은 투자가 이뤄지고 있는 정보화 분야에서 이처럼 대구.경북이 '제 팔 제 흔들기'를 하고 있다면 교육의 다른 분야에서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 양 교육감의 정기적인 협의 채널이 없는 것은 물론 실무 단위에서도 별다르게 협조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도.농간의 차이가 있다고 하지만 같은 교육과정을 같은 교사와 학생이 배우고 가르치는 마당에, 게다가 정보화의 물결이 세계를 꼭같은 파도의 흐름 속에 놓고 있는 시대라면 더욱 그렇다.

2001학년도 입시 때 경북 북부지역의 한 수험생이 기자에게 보내온 e메일은 너무나 충격적이었다. "제가 수능 점수가 너무 잘 나와서요, 우리 학교서는 몇 년만에 고려대에 지원했는데요, 전 떨어지고 말 거예요.

고려대는 논술고사 제시문이 영문이라는 사실을 응시생 가운데 저 혼자만 몰라 당황한 끝에 답안지 반을 겨우 채웠으니 탈락은 당연한 일 아닌가요.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거죠".

이에 대해 수험생 개인이나 고교 교사의 정보 부족, 학교별 수준 차이 등 여러 원인이 나오겠지만 궁극적으로는 정보의 흐름이 제한돼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학생들의 성적은 천차만별이지만 입시 담당 교사들이 주력하는 대학의 수준은 지역 특성에 따라 한정돼 있다. 때문에 도시에서든 농촌에서든 정보에서 소외되는 수험생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윤일현 일신학원 진학지도실장은 "대구와 경북의 유능하고 입시정보에 밝은 교사들을 수준별.대학별로 분류해 공동으로 정보를 제공하고 상담하고 입시에 대처할 수 있다면 정보가 부족해 손해보는 수험생은 그만큼 줄어들 것"이라고 했다.

대구.경북 교육청간 협조 체제 부재의 또다른 상징은 내년 3월 개교하는 대구체육고. 이 학교는 계획 당시부터 "경북에 체육고가 있는데 대구에 굳이 체육고를 신설할 필요가 있느냐"는 여론의 질책에 시달렸지만 끝내 개교를 눈앞에 두고 있다.

이리 되면 신입생 확보를 둘러싸고 한바탕 충돌이 불가피한 것이다. 가뜩이나 신입생 모집에 해마다 애로를 겪는 경북체육고의 입장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 초등학교 교사의 지적이 따끔했다. "도.농간 교류 체험을 많은 학교들이 하고 있는데 자세히 보면 대구 학생들은 전남.북으로 가고, 경북 학생들은 광주나 전주로 가고 있습니다.

영호남 교류 차원이라고 하는데 대구와 경북이 이제는 남보다 못하다는 얘기로밖에 안 들려요. 도.농간의 체험학습과 공동체 의식 함양은 우선 가까운 대구.경북부터 제대로 하는게 맞지 않을까요".

김재경기자 kjk@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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