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 부실채권 회수 자회사 추진

입력 2002-07-11 15:20:00

농협이 부실채권 회수와 정리를 위해 자회사로 설립을 추진하는 자산관리회사에 대해 농가 부담을 가중시키며 농민들의 잇단 파산을 불러일으킬 우려가 크다고 농민단체들이 크게 반발하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농협은 중앙회와 회원조합이 각각 70억원과 30억원을 출자, 이달중 농협자산관리회사를 설립할 계획 아래 10일까지 경북 116개 조합(3억7천900만원)을 비롯 전국 898곳의 회원조합에게 분담금을 납부하도록 했다.

농협은 전국 조합의 경영상태에 따라 1등급 400만원, 2등급 300만원, 3등급 100만원씩 출자금을 납부토록 했는데 일부 농협에서는 농민반발 등을 이유로 참여를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의성지역의 경우 의성·다인·금성농협 등 3곳이 각각 출자금을 납부토록 통보받았으나 의성농협이 출자를 거부했으며안동 길안농협과 구미 해평농협·남상주농협·포항연일농협 등 5곳은 이사회를 통해 출자에 참여 않기로 했다.

전국적으로 출자 불참 농협은 20여곳에 이르는 것으로 자산관리회사 설립준비단 관계자는 추정했다.자산관리회사 설립과 관련, 전국농민회 총연맹은 성명을 통해 "재작년 충북의 농민 4명이 농협이 의뢰한 채권 추심회사의 빚독촉으로 자살했다"면서 "강압적 채권회수를 위한 회사설립을 즉각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전국농협노조도 "농민의 부실채권은 연대보증으로 인한 것이 많은데 영리를 목적으로 하는 자산관리회사가 관리한다면농민 파산을 양성한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농업경영인회 이수경 성주 연합회장은 "농민을 조합원으로 하는 농협에서 농민채권확보를 위한 회사를 설립하려는 것은 농민을 우롱하는 처사"라며 "이는 부채에 시달리는 농촌을 파괴하려는 것"이라 반발했다.

경주농협관계자들도 "본의 아니게 농민 부채가 자칫 악성으로 몰려 부채상환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대해 농협중앙회 자산관리회사 설립준비단 최흥열 과장은 "설립회사에 대한 이해부족으로 오해가 있는 것 같다"면서 "농민단체들과 설명회를 갖고 설득작업을 할 계획이며 농협의 경영안정화를 위해서는 회사설립이 필요하다"고 해명했다.

한편 오는 29일 창립총회를 가질 예정인 자산관리회사는 전국에 설치될 16개 지부를 통해 농협 중앙회와 회원농협이 가진부실자산 매입·매각 및 부실채권 회수 등을 주요 업무로 삼을 계획이다. 현재 전국 농협의 부실채권은 농협경북본부가관리하는 500여억원을 포함, 2조5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박준현·박용우·이희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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