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과유불급'

입력 2002-07-09 00:00:00

히딩크는 마침내 떠나갔다. 정상에 있을 때 떠나야 아름답다는 사실을 그는 알고 있었던 모양이다. 한국민의 열광에 도취하다자칫 자신의 명성에 오점을 남길 수 있음을 그는 친구에게 이렇게 표현했다.

"지금이 내가 떠날 때야. 내 정신이 온전할 때떠나야 해" 만일 그가 욕심을 내 우리의 '러브콜'에 흔들렸다면 어떻게 될까? 인기는 하늘에 떠있는 구름같은 것.

사실 우리의환호와 애정이 '지나친 환대'로 바뀐 것이 오히려 문제라면 문제다. 박사학위를 한꺼번에 두개나 주고 명예국민에다, 돈에다….그야말로 넘치게 주었지만 그는 속지않고 훌쩍 떠나버린 것이다.

▲하여튼 지나치면 문제다. 운동도 지나치면 탈이요, 음식도 맛있다고 지나치면 배탈이요 비만이다. 그래서 위(胃)는반만 채우라지 않는가. 생각이 지나치고 행동이 지나쳐도 마찬가지. 말(言)이 지나치면 쟁(爭)을 부르고, 사랑(愛)도 지나치면 증(憎)을 낳는다.

지나친 친절, 지나친 대접은 상대방을 오히려 불편하게 한다. 그래서 공자님은 '오히려 유(猶)'자를 써서과유불급(過猶不及), 즉 '지나침은 오히려 모자람만 같지 못하다'며 중용(中庸)의 길을 가르친 것이다. 오버(over) 하지 말라, 넘치지 말라는 생활철학, 행동지침이다.

▲채식주의자였던 부모에 의해서 유제품이나 고기제품의 섭취가 일절 금지됐던 한 갓난아기가 생후 6개월이 지나도록 체중이 3.7㎏에 머물러 생명이 위태지경에 이르렀고, 결국 그 부모가 상해혐의로 구속됐다고 외신이 전했다. 한국사람이부러워하는 미국 뉴욕주에서 있었던 '사건'이다. 시사주간지 '타임' 최신호는 잘못된 채식주의의 적신호(a red signal)를이 사례와 함께 보도했다.

미국에는 채식주의자가 무려 1천만명, 그 중엔 '동물성 모든 것'을 배척하는 매파도 있고, 생선 달걀 등은 섭취하는 비둘기파도 있다. 문제는 이같은 채식과 편식이 심각한 영양의 불균형을 초래, 갓난아기와 청소년들의 비정상적성장이라는 '사회문제'를 몰고옴을 이 잡지는 지적한 것이다. 채식과 편식에의 탐닉, 그 또한 '과유불급'이다.

▲한국사람의 '냄비기질'이 채식.편식에의 탐닉을 부채질하고 있는 지금이다. 몇년전 호박이 중년의 체력보강에 좋다고 TV에서 딱 한번 떠들자 전국의 호박값이 다락위에 올라갔다. 미국의 슈퍼마켓까지 한인들이 휩쓸고 지나갔던 고농도 비타민C의 열풍도 그 예다.

부작용에 대한 경고는 철저히 무시된 채 못먹어도 고(Go), 거름 지고 장에 따라가는 식이 한국인의 건강상식이 돼버렸다. 채식의 중요성은 '채식편식'이 아닌 '채소가 풍부한 균형식'을 강조한 것인데 균형식은 간데없고 채식에만 신경쓰고 있으니 딱하다. 결국 생각이든 행동이든 영양이든 그것은 '밸런스'의 문제다.

강건태 논설위원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