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고부-'수도권대 정원 동결'

입력 2002-07-05 15:20:00

조선 시대에는 '사류(士類)'라는 선비층이 나라의 정신적 기둥이었다. 그들은 요샛말로는 지식인이며, 그런 선비 수업을하던 성균관(成均館)이 요즘의 대학에 해당된다. 그때 성균관의 생원은 선비로서의 품격은 물론 때로는 국사(國事)에 관해 목숨을 내걸고임금께 상소하는 등 직언을 서슴지 않았다.

이런 선비 정신이 조선왕조 500년을 지탱하는 원동력이었다. 일제 시대에도 젊은 지성들은 '교육 구국'과 민족의 계몽, 독립을 이룩할 힘을 기르기 위해 고생하면서 대학에 다녔다. 이 때문에 역시 존경을 받았다.

▲하지만 이젠 사정이 크게 달라졌다. 대학이 우후죽순처럼 늘어나면서 우리나라는 세계에서 대학생이 가장 많은 나라가 됐다.좋은 현상이기는 하나, 외형만 선진국형이고 질적으론 낙후돼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급기야 고학력 실업자를 양산하는 사회적 낭비 요인을 낳고 있으며, 당장 내년도부터는 대학 입학 정원보다 고교 졸업생 수가 적은 '대학 정원 역전' 현상이 나타날 형편이다.

▲이상주 부총리 겸 교육인적자원부 장관은 4일 제주도에서 열린 '2002 전국 대학 총장 세미나'에서 '입학 정원을 못 채우는 대학이 늘어남에 따라 앞으로 상당 기간 입학 정원 증원을 억제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긴급 처방에 따라 내년부터 5~10년간 대입 정원이 강력히 억제되는가 하면, 대학 설립 기준도 대폭 강화돼 4년제 대학의 신설은 사실상 불가능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국립대학과 수도권 대학의 입학 정원은 원칙적으로 동결될 전망이다.

▲다만 정보통신(IT), 생명공학(BT) 등 국가 전략 분야에 한해 예외적으로 최소한의 정원 증원만 허용될 뿐, 그간 자율화했던비수도권 대학들 역시 조건 강화로 사실상 입학 정원이 동결될 것으로 보여진다. 지방 대학들의 경우 종전에는 일정 요건만 갖추면 정원을늘릴 수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교원 및 교사(校舍) 80% 이상 확보 이외에도 수익용 기본 재산과 교지 확보율을 추가로 적용하게 되기 때문에 향후엔 정원 증원의 길이 거의 막히게 된 셈이다.

▲'대학 정원 역전' 현상은 경쟁력이 약한 대학들의 도태를 예고할 뿐 아니라 지방 대학의 위기를 심각하게 말해준다. 교육부의 이번 대학 정원 억제 방침도 문제점이 없지 않아 보인다. 지방 대학의 위기는 지방의 위기로, 지방의 위기는 국가 위기로 연결될 수 있다는사실에 배려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 전부터 지방의 우수한 고교생들이 수도권 대학을 절대적으로 선호하고, 지방대 재학생들마저기회만 닿으면 수도권으로 편입하는 추세다. 자체의 자구 노력도 요구되지만, 지방 대학들을 살릴 수 있는 길을 새롭게 열어야만 한다.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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