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시장 고별 인터뷰

입력 2002-06-21 12:17:00

문희갑 대구시장이 오는 27일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재임 7년을 마무리 하는 퇴임식을 갖고 보통시민으로 돌아간다.민선 1.2기를 이끌며 '대구의 대통령'으로 절대적 권력을 누렸던 문시장. 대구 전체를 자신의 의지대로 바꾸고자 했던 그다.실제 많은 것을 바꿨고 성과도 거뒀다.

이 과정에서 공무원이든, 기관.단체장이든 자신의 생각대로 따라주지 않으면 강한 질책과 함께 미운털이 박혔고 이것이 갈등을 불러 일으키는 요인이 되기도 했다. 3선에 대한 강한 미련을 갖고 있었으나 결국 뜻을 관철하지 못한채 물러난다. 그가 시장직을 수행하며 지역에 끼친 영향은 막대하다. 퇴임을 목전에 둔 문시장을 집무실에서 만났다.

먼저 문시장은 "이유야 어찌됐든 마지막에 불미스런 모습을 보여 시민들에게 정말 죄송하다"며 "진심으로 사죄한다"고 운을 뗐다. 그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고 물러난다"고 말했다. 자신의 보석을 위해 단시간에 3만5천여명이 서명을 해준데 대한 고마움의 표시다.

지난 7년간의 소감을 물었다. 중앙부처에서 예산, 경제기획, 경제운용 등 주요 경제정책을 입안.집행하고 2선의 국회의원 등 다양한 국정경험을 통해 얻은 지식과 지혜를 바탕으로 대구의 장기적 미래를 내다보고 바꾸고자 노력했다고 말했다. 당장 성과가 나타나지 않는 일들에 대한 투자를 두고 비판도 많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고 밝힌 뒤 시간이 지나면서 결과물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어 그간의 노력이헛되지 않았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했다.

공무원의 업무자세 변화에 대해 그는 큰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95년 초대 민선시장으로 취임했을 당시 노력과 실력으로 승부를 걸기보다 외부의 힘과 서열에 의지하려는 경향이 강했다고 말했다. 이를 바꾸는데 힘이 많이 들었지만 결국 객관적 기준에 의한 발탁인사를했고 이것이 대구 공무원 사회의 경쟁력을 강화시켰다는 것.

문시장은 "인사의 투명성에 대해서는 '정말 제대로' 평가 받고 싶다"고 강조했다. 정실인사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친지는 물론 선거를 도와준 사람들로부터도 섭섭하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것이 막판 3선도전 기회를 원천봉쇄시키는 불미스런 사건으로까지 연결됐다고 자평했다. 그가 정실인사를 하지 않은 것은 신동수 정무부시장 발탁에서 잘 드러난다.

자.타천으로 많은 사람들이 그 자리를 원했지만 시장 자신은 물론 대구와 아무런 연고가 없는 신부시장을 선택했다. 장기간의 해외근무 및 민간기업 CEO 경험이 대기업 대구 유치 및 대구시정에 도움이 될 것이란 이유가 전부였다.

자신이 평가하는 주요 성과 5개만 뽑으라고 했다. 그는 △환경조성 △인프라구축 △문화.예술.체육 발전 △기능인 위상 제고 △지역 산업구조개편과 경쟁력 확보 등 5개에다 장애인복지를 덧붙이고 싶단다.

대구의 담장허물기 사업은 전국 지방자치단체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대구에 온 외지인은 국채보상공원 및 경상감영공원, 잘 정비된 두류공원 등을 보고 많이 부러워한다.

여기다 대구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가운데 처음으로 전체 하수에 대한 고도정수처리를 하고 있다. 97년부터 여기에 투입된 예산만 4천억원이다. 신천도 깨끗하게 정비돼 시민 휴식공간으로 자리잡았다. 이것은 사실 문시장의 의지가 있었기 때문에가능했다는 것이 일반적 평가다.

대구전시컨벤션센터, 국제공항, 월드컵경기장 등 주요 인프라시설이 구비돼 국제규모 대회 및 전시행사가 대구에서 잇따라 열리고 있다.

두류공원 야외음악당은 이미 전국적인 명성을 얻고 있으며 현재 공사중인 오페라하우스도 대구의 명물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월드컵 대회 기간중 선보인 오페라 '투란도트'는 야외음악당이 없었으면 불가능했다. 전국체전 만년 꼴찌에 머물던 대구가 중위권으로 오르는 성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섬유산업을 고도화 시키기 위한 밀라노프로젝트, 대구첨단산업단지 조성 등 산업구조개편 작업도 성과가 현실화되고 있다.

그는 장애인 복지에 대해서는 장애인단체들도 인정할 정도라고 자랑했다. 스포츠센터.직업전문학교 등 장애인을 위한 시책이 많이추진됐고 휠체어 농구단 운용, 휠체어 마라톤대회 개최 등 대구시가 장애인들에 대한 투자를 많이 했다고 한다.

아쉬운 점은 세가지를 들었다. 먼저 자신이 설계하고 시공한 '집'에 대한 인테리어까지 하고 싶었으나 그렇지 못하고 물러나는 점을 꼽았다. 다음은 시민들의 정서와 의식을 제대로 변화시키지 못한 점. 보수성.폐쇄성으로 대표되는 대구의 정서를 대구사랑운동 등을 통해 바꿔보고자 했지만 잘 안됐다는 것.

다음 시장이 신경써야 할 대목이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프로축구단 창단을 하지 못했던 점. 지난해 창단됐으면 월드컵 열기로이어갈 수 있고 좋은 지도자 확보도 쉬웠을 것인데 앞으로는 힘들것이라고 아쉬워했다.

위천공단개발 무산, 삼성상용차 대체투자 무위에 관한 언급은 없었다. 질문을 던졌으나 대구시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지난 7년간의 시정운용 경험은 정말 크고 소중하기 때문에 대구시민이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제공하겠다고 새로운 과업에 대한 의욕을 붙태웠다.

항간에 U대회조직위원장 및 한나라당 달성지구당위원장을 맡을 것이란 얘기가 떠돈다고 하자 자신은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했다. 아직은 아무 것도 결정하지 않았으며 당분간 불편한 허리 치료에 전념하면서 회고록 집필, 대학 강의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정암기자 jeongam@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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