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韓.中 마찰' 장기화를 우려한다

입력 2002-06-18 14:42:00

망명 탈북자 탈취사건을 둘러싸고 한.중간 외교마찰은 점점 더 꼬여가고 있는 와중에 탈북자 2명이 또 베이징의 한국총영사관에 들어와 망명을 요청했다.

계속되는 탈북의 '도미노' 현상과 이를 다루는 중국의 거친 대응을 보면서 우리는 이러다가 자칫 양국간에 쌓아올린 10년적공(積功)이 '와르르?' 하는 우려와 동시에 양국간에 성숙된 외교력의 발휘가 무척 아쉽다는 생각을 갖는다.

TV를 통해서 본, 취객이 행패를 부리듯 우리 외교관을 폭행한 중국경찰의 '폭거'를 공무집행이라고 강변하는 중국 외교부대변인의 발언과, 오히려 한국외교관의 공무집행방해행위를 처벌해 달라는 중국대사의 그것에서 '방귀뀐 쪽이 성낸다'는 우리 속담을 떠올릴 수밖에 없게된다.

그동안 한.중관계 10년이 너무 우호적이었고, 경제발전과 인적교역의 급격한 확대로 우리는 중국을 사회주의 국가가 아닌 자유민주국가로 착각했었구나 하는 깨우침이 확 들 정도로 중국은 이번에 사회주의적 실체와 폐쇄성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우리는 여기서, 이같은 깨우침을 통해 중국을 보는 시각과 대중(對中)외교의 방법론을 새로 가다듬을 필요가 있다고 여긴다. 그리고 강한 것에 강(强)으로 맞설때와 강한 것에 유연한 자세로 맞설 때를 적절히 구사해야할 필요성을 느낀다.

지금 이 상황에서 강경대응이 최선이라면 그렇게 해야 한다. 탈북자의 문제와 외교관폭행의 문제를 따로 봐야 한다면 그것도 한 방법이다.

다만 지금 이 상황에서 가장 중요한 숙제는 '20명 탈북자의 한국행'문제가 아닌가 한다. 한.중간 외교마찰을 빚는 이 와중에도 망명행렬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도, 한국도 자존심의 싸움이전에 사람살리는 문제가 발등의 불이라는 얘기다.

다행히 한.미.일 3국간에 탈북자 문제의 국제연대화가 추진되고 있어 중국도 국제적으로 난처한 입장이다. 따라서 양국은 서로 체면을 구기지 않고 실리를 동시에 챙길 수 있는 묘책을 찾아내야 한다.

지금 임신 8개월된 탈북여성이 불편한 한국공관 사무실에서 출산의 고통에 시달리며 "살려달라"고 외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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