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동의 정국-(3)한나라 향후 행보

입력 2002-06-17 14:59:00

한나라당은 일단 순풍을 탄 듯하다. 이번 선거를 통해 당 지지도가 50%를 넘은데다 이회창 대선 후보까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복귀, 민주당 노무현 후보와의 격차를 계속 벌리며 '대세론'을 재점화하기 시작한 것이다.

게다가 민주당 측의 의원 수가 한명 줄어듦에 따라 현재의 132명만으로도 원내 과반수를 차지하게 됐다.

그럼에도 일각에선 향후 정국과 관련, "언제든 역풍에 휩쓸릴 수 있다"는 등의 불안감도 감지되고 있다. 이 후보 본인도 "우리가 잘 해서라기보다는 국민의 선택이다. 두렵고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는 등의 심경을 거듭 피력하며 당내 분위기를 다잡고 있다.

사실 이번 선거의 결과는 각종 권력형 부정부패 의혹으로 국민들이 현 정권으로부터 등을 돌린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되고 있는 만큼 한나라당으로선 일종의 '반사이익'을 챙긴 데 불과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때문에 연말 대선까지 6개월이나 남아 있다는 점을 감안할 경우 예상치 못한 정국 변수가 돌출해 판세를 뒤집을 가능성은 상존하고 있는 셈이다.

이 후보로선 이 점에 대해 뼈저린 경험을 해온 당사자이기도 하다. 지난 97년 대선 당시 아들 병역비리 의혹으로 지지율이 하루아침에 곤두박질쳤으며 올해 들어서도 호화빌라 파문과 손녀 원정출산 의혹 등의 악재가 터진 상황에서 민주당 노 후보가 급부상하면서 후보교체론에 까지 휩싸였던 것이다.

또한 현 정권의 권력형 비리의혹을 선거 전략화하는 것도 대선에 가까워질수록 한계에 부딪힐 수 있다. 이미 민주당 측에서도 DJ와의 차별화에 적극 나서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한나라당은 현재의 상승세를 유지해 나가기 위해 고심하는 등 신중한 행보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은 민주당과 자민련의 내홍이 어떤 식으로 매듭지어질지를 지켜볼 것이다. 특히 양당이 현재의 수세국면을 돌파하기 위해 정계개편을 모색할 가능성에 촉각을 세우지않을 수 없다.

그 때문인듯 한나라당은 국회 원구성 문제 등 정국 현안들에 대해 힘의 논리보다는 협상을 통한 해결의지를 강조하고 있다. 자민련에 대해서도 정책공조 의사를 밝히면서 "의도적으로 의원들을 빼내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란 점을 거듭 부각시키고 있으며 조만간 서청원 대표가 김종필 총재를 방문키로 했다.

한나라당으로선 3당 체제를 그대로 유지, 대선을 치르는 게 유리하다는 판단도 했을 것이다.그러면서도 권력형 비리 공세가 현재로선 가장 확실한 카드인 것으로 간주하고 있는 듯하다.

국정조사와 TV청문회 실시라는 당 방침에 변화가 없음을 공언하면서 대변인 논평을 통해 거듭 청와대와 민주당을 공격하고 있는 것이다.

결국 민주당과 노 후보를 현 정권 및 DJ의 울타리속에 계속 묶어놓겠다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물론 이 후보로선 이같은 대여공격의 일선에서 물러나 대선 주자로서의 이미지를 제고시키는 데 주력, 국민우선 정치행보를 재개키로 했다. 또한 대선정국에서 재연될 수 있는 당내 보.혁갈등을 사전 차단시키는 등 당의 단합을 이끌어내는 것도 그의 과제이다.

이를 위해 향후 선대위 출범이나 당직 개편과정에서 김덕룡 의원 등 비주류들을 포용하는 방안등이 논의되고 있다.

당 차원에서도 취약한 20, 30대 젊은 층의 지지도 제고를 위해 고심하고 있으며 정책기능을 대폭 강화함으로써 수권정당으로서의 이미지 강화에도 진력한다는 것이다.

서봉대기자 jinyo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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