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로같은 인생을 지배하는 사랑의 신비. 남녀의 사랑이 아름다운 것은 황야의 몰인정 위에 잠깐 서리는 아지랑이 같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이세상 아닌 곳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덧없고 아름답고 지극하다".
대구 출신 작가 이인화 교수(이화여대 국문과)가 낸 첫 창작집 '하늘꽃'은 다섯편의 작품 모두가 몽골과의 인연을 바탕으로 쓰여진특이한 작품이다. 사족을 덧붙이자면 '역사단편소설'로 실증주의(문헌학)를 바탕으로 한 낭만적 상상력이 소설의 근간을 이룬다.
표제작 '하늘꽃'은 600여년 전의 고문서에서 발견한 한 줄의 사랑고백을 치밀한 상상력과 묘사력으로 풀어낸 노작이다. 몽골군 출신의노 스님이 회상하는 조선의 옹주가 된 한 여인과의 애연한 러브스토리가 가슴 시리도록 아름답다.
몽골의 대초원에서 펼쳐지는 사랑과 복수 그리고 음모와 결투의 파노라마를 배경으로 한 역사와 로맨스가 깊은 울림으로 다가온다.
'려인'은 팔만대장경 조판작업에 참여한 고려 여인과 몽골 장수의 애틋한 사랑을 그린 것으로 이또한 대장경 각판에 남은 한줄의 희미한간기(刊記)가 단초였다.
'시인의 별'은 고려 충렬왕 때 시인 안현의 일생을, '초원을 걷는 남자'는 취재차 몽골에 간 소설가의 낯선 경험과 삶의 원형을, '말입술꽃'은 몽골에서 한국어를 가르치던 시인의 비련을 그리고 있다. 작품의 시대적 배경이 고려말이든 현대이든 모두 몽골과 인연이 닿아있다.
몽골의 황야에서 허공의 꽃처럼 피었다 지는 삶. 대지(大地)로 상징되는 여인과의 곡진한 사랑. 그것은 어쩌면 모든 인간이 지닌 슬픈 습성일 수밖에 없다. 작가는 이 소설집을 준비하면서 자주 몽골을 찾았다고 한다.
한없이 낯설면서도 친숙한 세계. 개인적인 경험이 삶의 원형으로 다가오는 몽골의 대초원. 그 황야가 보여준 것은 인생의 무상함이었다. 그래서 이 소설의 근원적인 플롯은 환멸의 낭만주의를 넘어선 초절의 낭만주의를 지향하고 있다.
조향래기자 swordjo@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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