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러 동반관계 첫 발

입력 2002-05-25 00:00:00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4일 역사적 군축 협정에 서명하고, 상호 우호협력관계 증진을 위한 공동선언문을 채택, 양국관계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두 정상은 이날 오전 10시 모스크바 크렘린궁(宮)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현재 6천기 수준인 양국 핵탄두 수를 향후 10년 동안 1천700-2천200기 선으로 대폭 줄이기로 합의했다. 또 21세기 양국간 동반자 관계 수립을 위한 정치.경제 분야 협력 확대, 에너지 분야 협력 증진, 민간 교류 활성화 등을 골자로 하는 공동선언문도 발표했다.

◇협정 의미와 전망=양국의 이번 군축협정은 동서 냉전체제의 종식과 미-러 관계를 새로운 동반자적 협력 관계로 발전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특히 경제협력 분야에서 △에너지 분야 협력 확대 △러시아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지원 △러시아에 시장경제국가 지위 부여 △미국의 대(對)러 투자 확대 △대(對)러 무역 제재 법안인 '잭슨-배니크' 법안 폐기 등 합의, 러시아를 세계 경제체제에 편입시킬 토대를 마련했다.

미국도 러시아산 석유 도입 확대와 카스피해 석유가스개발 참여 등 합의를 통해 중동 지역에 대한 석유 의존도를 크게 낮추고 안정적으로 석유를 확보할 수 있는 이익을 챙겼다.

국제 안보 분야에서도 대 테러 투쟁 공조, 러-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간 협력 확대, 중동사태 해결 공동 노력 등에 합의해 '9.11 테러' 이후 급변하고 있는 세계 질서에 대한 주도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합의는 특히 미국 주도 대 테러 작전에 유럽 일부 국가가 반기를 들고 나온 가운데 이뤄져 의미를 갖는다. 부시 대통령은 이번 모스크바에 앞서 독일을 방문, 게르하르트 슈뢰더 총리와 회담했으나 이와 관련된 구체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했다.

◇문제점=양국 정상이 군축 협정으로 폐기되는 핵탄두를 완전 폐기하지 않고 보관할 수 있도록 하고, 구체적인 탄두 폐기 시점과 검증 장치 등을 명확히 못박지 못한 점은 이번 합의의 한계로 지적된다.

이에 따라 러시아 일각에서는 벌써부터 푸틴 대통령이 미국에 이용당해 핵 주권을 포기하는 결과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비판론자들은 러시아는 핵탄두 보관 능력이 없기 때문에 협정이 끝나는 10여년 뒤에는 결국 무장을 자진 해제하는 꼴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또 이란과 이라크, 북한 등 미국이 소위 '악의 축'으로 지목한 국가들에 대한 대량 살상무기 확산 우려에 대해서는 이견을 좁히지 못해 앞으로의 과제로 남게 됐다.

정리=서종철기자 kyo425@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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