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主敵論 논의 신뢰를 기반으로

입력 2002-04-27 14:46:00

정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 상임위원회를 열어 그동안 국방부에서 사용해온 주적(主敵) 표현에 대해 삭제하거나 다른 표현을 쓰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한 우리의 견해는 남북한 관계와 국제환경이 크게 바뀌었으므로 일단 검토할 필요는 있다고 본다.

그동안 주적론에 대한 국민의 정부 입장은 대체로 "남북 화해시대의 전환기적 안보상황을 맞고 있는 점을 감안해 냉전시대의 산물인 주적 표현은 곤란하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경의선 연결 공사를 진행하려면 먼저 남북 간 군사보장 합의서에 서명해야 하는데 주적 표현을 계속 유지하는 한 북한 군부의 반발로 어렵다"는 등의 이해득실을 내세운 주적 폐지 쪽이었다. 그 대안으로는 주적 대신 95년 이전 표현대로 그냥 적(敵)이라고 쓰거나 '외부의 침략' 혹은 '안보위협 세력' 등의 우회적인 표현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국방부는 "북한이 군사적 신뢰구축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적론을 삭제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강력히 반대의사를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리고 북한은 아직도 우리를 '원쑤' 등으로 지칭하고 있으며 대량 살상무기에 대한 협의는 물론 경의선 복원 등 군사적 신뢰구축의 초보적 조치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섣불리 주적론을 철회하면 안보의식은 크게 후퇴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국방부가 내놓은 공식발표도 "앞으로 남북간에 군사적 긴장완화 조치 등이 이뤄지면 상호주의적 입장에서 주적론 삭제 문제를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조건부 찬성론이었다.

양쪽 주장이 모두 일리가 있다. 따라서 정부 관계자의 아이디어대로 국방백서에서 주적이라는 표현은 삭제하고 그 대신 주적 개념은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우리를 적으로 보고 있는 북한도 주적이라는 표현은 하고 있지 않은 만큼 상호주의 원칙에도 맞는 것이 아닌가 한다. 물론 어느 정도의 군사적 신뢰 구축은 이뤄져야 국민이 불안해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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