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이 시작된 이후 미술가들은 어떻게 하면 더 실감나게 이미지(image)를 그려낼 것인가를 연구해왔다. 실감나는 이미지를 제작하고자 하는 열망은 비단 미술가만의 바람은 아니었다.
실감나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고자 하는 욕망은 인간이면 누가나가 가지는 바람이었다. 단지 보통 사람들은 이미지를 제작할 수 있는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아예 꿈조차 꾸지 않았을 뿐이다.
이미지의 제작은 숙달된 기술을 요하는 관계로 아주 오랫동안 미술가들의 독점적인 지배하에 있었다. 원근법, 명암법, 색채법, 해부학 등의 기술들이란 다름 아닌 실감나는 이미지는 만들어내기 위한 미술가들의 피나는 노력의 결과였다. 지금이야 쉽게 보이지만, 그것들은 수백여년에 걸쳐 미술가들이 개발했던 기술들이다.
그러나 기계, 전자시대의 도래는 이미지의 생산에도 급격한 영향을 미쳤다. 사진과 컴퓨터의 자유로운 사용은 누구나 이미지 생산자가 될 수 있는 길을 열어 놓았다. 과거 아무리 상상력이 뛰어난 사람이라도 이미지를 시각화할 테크놀로지, 즉 숙달된 손이 없으면 예술가로서 인정을 받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달라졌다. 누구나 이미지를 생산, 조작할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주변을 둘러보라. 이미지를 다루지 않는 분야가 없을 정도이다.
과거 이미지의 생산과 이용은 미술의 고유 업무였지만 이제는 과학, 철학, 의학 심지어는 포르노 업체에서까지도 새로운 이미지의 구현에 많은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20세기 초 아방가르드 추종자들이 일상을 예술로 끌어올리면서 예술과 일상의 경계는 이미 무너졌다. 이후 우리 모두는 예술가였고, 우리가 하는 일상의 행위는 언제든지 예술로 승화될 준비가 되어 있었던 것이다.
단지 그동안 한국 미술계의 폐쇄성으로 능력있는 사람들이 미술계 주변만을 맴돌았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 미술은 자기만이 이미지를 다룬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
이제 미술은 보다 지적이고, 센시티브하고, 야심에 찬 주변의 경쟁자들과 무한 경쟁에 돌입해야 하는 시대를 맞은 것이다.
박우찬(대구시립미술관 건립전담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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