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덕의 대중문화 엿보기

입력 2002-02-28 14:16:00

'일본인은 마른 남녀가 많고 식료가 풍부하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복장도 매우 초라하다. 그렇지만 여기저기 가게를 내어 모든 것을 매매하고 있다. 모두 필사적으로 패전의 아픔으로부터 벗어나려고 노력하고 있다'

1946년 11월, 점령군 미군병사는 애인에게 보낸 러브레터에서 일본인에 대해 감동을 느꼈다고 적었다. 전쟁에패한 일본인도 마찬가지. 미국의 우월성을 인정하는 이들이 많았다. 결과 미국의 점령정책이 이루어지고 있던 당시 미국문화를 대하는 일본인들의 의식은 가히 숭배에 가까웠다.

지금 일본에서는 최초의 한일 합작드라마인 MBC 4부작 드라마 '프렌즈'로 인해 또 다른 '한류'바람이 거세게 불고 있다. 주인공 원빈에게 일본 방송사의 출연제의가 넘치고, 방송 후 한국에 대해 바르게 알게되었다는일본 젊은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 드라마를 보는 시각이 곱지 않다. 일본어가 너무 많다는 지적과 함께군대 문제를 소재로 다루었다고 하여 유치하고 진부하다는 평가도 있다.

'꽃보다 경단'이라는 일본 속담은 아름다운 꽃을 보기보다는 경단을 먹고 배가 부른 것이 낫다는 뜻. 일본 영화도 그렇다. 한국에서는 '선정성'과 '폭력성'이 전부라고 비난하지만 실리와 실질을 추구하며 뚜렷한 목적이 있다.

일본에 대한 다른 나라 젊은 세대의 반일 감정을 없애고, 전범국 일본에 대한 인식을 바꾸려고 한다. '포켓 몬스터'와 같은 국적 불명의 캐릭터에도 일본문화를 선망하게 만드는 전략이 숨겨져 있다.

미국 영화는 한술 더 뜬다. 국익을 위해 역사를 위조하고, 아메리칸 드림의전파를 위한 할리우드 공식이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요크상사' '람보'부터 최근에 상영된 '콜래트럴 데미지' '블랙 호크다운'이대표적 예다. 특히 '콜래트럴 데미지'는 제목처럼 자생력에 손상을 주는 모든 악을 미국의 한 시민이 제거한다.

미국이 질서고 선이다. 이에 맞서는 소수는, 비록 자유를 갈구한다지만 사랑까지도 볼모로 잡고 아들마저도 폭탄의 제물로 삼는 비인간적 집단일 뿐이다. 오직 미국이 강요하는 논리만이 전 세계에 전파되어 지지하도록 유도한다. 하지만 한국영화는 이도 저도 아니다.

세상이 온통 집단 이기주의로 혼란스럽지만 오직 웃음과 가벼움만으로 덧칠하고 있다.국민정서만이 전부라는 눈치보기가 영화에서까지 판을 치고 있다. 지금은 애국심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때인데….

한상덕(대경대 방송연예제작학과 교수 sdhantk@yahoo.co.kr)

최신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