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봉사로 나눔, 사랑, 희망을!

입력 2001-12-31 12:30:00

선진국일수록 자원봉사는 사회를 움직이는 주요 동력이다. 국가적 대형행사에서 상업적 스포츠 이벤트에 이르기까지 자원봉사의 손길이 미치지 않는 곳이 드물다. 어려운 이웃을 돌보는 손길은 정부보다도 민간 자원봉사의 몫처럼 굳어져 있다.

우리나라도 국가에서부터 민간단체에 이르기까지 자원봉사에 대한 관심이 늘고는 있지만 아직은 부끄러운 수준이다. 이같은 후진적 풍토를 한 단계 끌어올리고 월드컵을 비롯한 국제 대회의 성공적 개최, 혼탁으로 얼룩져온 선거문화의 개선을 위해서는 자원봉사의 참 뜻을 살리고 열기를 드높이는 운동이 절실한 시점이다.

지난 연말 대구시민체육관에서는 '2001 대구 자원봉사자대회'가 열렸다. UN이 정한 '세계자원봉사자의 해'를 기념해 열린 이 날 행사엔 50여 개의 대구지역 자원봉사 단체, 2천여 명의 자원봉사자가 참가해 한해를 결산하고 내년에는 더욱 활동폭을 넓혀나갈 것을 다짐했다. 행사장에는 자신들의 봉사활동에 대한 보람과 자긍심이 넘쳐 보였다.

지난 연말을 앞둔 동구청 광장에서는 김장을 담그고 쌀을 모으는 손들이 하루종일 분주했다. 새마을지도자회. 부녀회. 바르게 살기운동협의회 등 소위 관변단체가 주도한 '사랑의 쌀뒤주, 김칫독 행사' 현장. 어려운 이웃에게 겨울나기용 쌀과 김장을 전달하자는 취지에서 마련된 이날 행사는 일손을 도우려는 시민 발길이 계속 이어졌다.

당초 쌀 7천 kg을 모아 불우이웃에게 전달하려던 이날 행사에는 1만2천 kg의 쌀이 모였다. 동구새마을부녀회장 김태분씨(56.동구 용계동)는 "경제도 어렵고 해서 쌀을 모으기 어렵지 않을까 걱정했으나 뜻밖에도 많은 쌀이 모였다"며 "어려운 이웃을 돕겠다는 주민 욕구가 의외로 강하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했다.

2002년 월드컵축구대회 조직위원회가 지난해 월드컵 자원봉사자 신청을 받은 결과 전국적으로 1만6천여 명 모집에 3만3천여 명이 지원, 신청률이 230%를 넘었다. 조직위는 결국 넘치는 봉사열기를 놓칠 수 없어 당초 계획보다 28%를 추가 선발했다.

우리사회도 자원봉사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는 것이다. 각종 봉사단체들이 다투어 생겨나고 그동안 눈길이 미치지 못했던 사회 구석구석까지 관심을 기울이면서 자원봉사의 물결이 사회 저변으로 밀려들고 있다.

'어려운 사람을 돕는 것이 자원봉사'라는 인식에 변화가 생기고 환경, 문화, 예술, 체육 등 사회 전 분야에 걸쳐 자원봉사 열기가 번져나가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권복순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에서의 자원봉사는 주로 '빈곤자에 대한 원조'라는 개념으로 알려져 일반인의 인식도가 낮았다" 며 "그러나 88올림픽 개최, 중.고생 자원봉사 의무화, 각 시.도 청소년자원봉사센터.종합자원봉사센터 설립 등 범국가적 노력과 맞물려 봉사활동이나 자세 등이 바람직한 방향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권교수는 "우리나라에서의 자원봉사가 이제 시작인 것에 비하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고 젊은층 참가자가 많아지고 있어 긍정적인 방향으로 발전할 수 있는 여지가 많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우리나라 자원봉사의 수준은 선진국에 비해서는 열악하기 그지없다는 평가다. 세계자원봉사자대회 한국위원회는 99년 전국자원봉사 활동실태 조사 결과 우리나라의 성인자원봉사 참여비율을 14%선으로 추정했다. 이는 세계 22개국 평균 28%, 선진국 50% 수준에 비해서는 턱없이 낮은 수치다. 더욱이 대구시민의 경우 이 비율은 7.6%로 더욱 떨어지고 있다.

영국.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 성인 2명당 1명 꼴로 자원봉사에 참여, 그 경제적 효과가 GDP의 2%를 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이 없으면 박물관 학교 등 공공시설조차 문을 닫아야 할 정도라는 것.

지난 해 9월11일 테러로 무너진 뉴욕의 세계무역센터 빌딩은 연면적이 28만평. 이 건물 붕괴로 미국이 대혼란에 휩싸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이같은 혼란 속에 질서를 되찾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거리엔 자원봉사 행렬이 넘쳐났다. 구호물품은 사건 발생 몇 시간만에 필요한 양을 거뜬히 충족했다. 길게 늘어선 헌혈 행렬은 첫 날 필요량을 넘겼다.

부근 상점들은 필요한 물품을 얼마든지 제공하겠다는 팻말을 내걸었지만 공무원들은 '더 이상의 도움은 필요없다'고 외쳐야 할 정도였다.

뒤늦게 자원봉사의 기치를 든 우리나라는 올해 월드컵을 맞아 자원봉사 참여율 30%, GDP공헌도 1.5%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자원봉사는 아직도 젊은이들의 몫으로 남아 있다. 자원봉사 성적의 내신 반영 취직 편의 등 다소 강제성을 띈 제도가 생기면서 자원봉사가 중.고생이나 대학생 등 주로 10. 20대의 몫으로 인식되고 있는 것. 지난해 월드컵 자원봉사자 1차 선발인원 중 대륙간컵 활동 자원봉사자를 분석해 보면 총 2천83명 중 10대(23%)와 20대(45%)가 절대 다수를 차지했고 30대 이상은 30대 13%, 40대 12%, 50대 3%, 60대 이상 4%에 불과했다.

월드컵 자원봉사대 대구모임 안지수(22)씨는 "월드컵 자원봉사자는 다양한 연령층이 참가하고 있으나 주 활동연령층은 20대" 라며 "30대이상의 분들이 많이 참가해 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사회복지사 정진석씨는 "현대 사회는 갈수록 가족의 기능이 약해져 가족의 힘만으로는 어린이 노약자 장애인 등의 문제를 해결하기가 어렵다. 사회가 책임져야 할 서비스 부담도 점점 커지고 있으나 이들을 돕는 정부나 공공기관의 힘은 충분한 적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러한 욕구를 파악해 정부나 공공기관이 다하지 못하는 틈새를 메워 줌으로써 인간성 회복을 돕고 지역사회의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는 것이 자원봉사 자의 몫"이라고 자원봉사의 방향을 제시했다.

윤재섭 한국여가교육연구소장도 "자원봉사는 자신의 삶을 새롭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또 자신의 속에 있는 욕구를 발산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준다" 며 "삶을 재창조하는 매력이 있는 것이 자원봉사 활동"이라고 자원봉사의 매력을 강조했다.

정연욱 대구시종합자원봉사센터 소장은 이에 대해 "자원봉사 활동은 복지사회 실현의 전제조건이다. 모두가 타인의 문제가 아닌 내 자신, 내 가정, 내 친구의 문제라는 공동의식을 가지고 자발적으로 봉사에 참여 할 때 진정한 복지사회는 이뤄질 것"이라며 시민들의 적극적인 동참을 호소했다.

정창룡기자 jc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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