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부도 사태를 맞은 아르헨티나는 한국인의 정서로는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나라다. 지난 23일 외신을 통해 비쳐진 아돌포 로드리게스 사아 임시 대통령의 취임식 광경이 그랬다.
소요사태 끝에 페르난도 데 라 루아 대통령이 중도 사임하고 뜻밖에 대통령직을 승계하게 됐기에 그의 기쁨은 남달랐겠지만 '표정관리'가 전혀 되지 않았다.
사아 신임대통령은 취임식에서 기쁨과 환희로 열광했다. 만신창이가 된 국가경제를 다시 회복시켜야 하는 막중한 과제를 안게된 신임 대통령으로서 고뇌하는 모습을 찾아보긴 힘들었다.
지난 1998년 2월 IMF 사태속에 치러졌던 김대중 대통령 취임식때의 엄숙하고 결연한 모습을 기억하고 있는 한국사람으로서는 사아 대통령의 취임식 광경은 한편의 코미디 처럼 비쳐졌다.
그뿐만이 아니다. 크리스마스 연휴기간동안 아르헨티나 부유층은 국가부도에도 아랑곳 없이 흥청망청 돈을 뿌렸다는 보도도 잇따랐다. 실업자와 걸인이 넘쳐나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시내에는 고급 외제차를 탄 부유층들이 거리를 가득 메웠고 호화 의류매장은 매출이 오히려 늘어났다.
게다가 각 기업체들의 도산과 상점폐쇄가 잇따르는 가운데도 탱고 업소만은 아직도 호경기를 누리고 있다. 수많은 탱고 강습소들과 댄스클럽은 국가부도사태속에서도 손님이 늘어나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IMF 사태직후 대외부채를 갚기위해 각 가정마다 돌반지 금팔찌 등을 내놓으며 '금모으기 운동'에 동참했던 한국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경제난을 외면하는 아르헨티나의 불행은 사실상 198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계속된 경제실정끝에 정부는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상실했고 빈부격차는 더욱 벌어졌다. 1990년대초 최빈층과 최부유층의 격차가 27배에서 현재는 120배로 뛰어 올랐다. 희망을 잃어버린 중.하류층의 다수 국민들은 자포자기 상태에 이르고 만 것이다.
IMF 사태이후 빈부격차가 더욱 늘어나고 청년실업이 급증하고 있는 한국경제가 아르헨티나 사태를 통해 교훈을 삼아야 할 부분은 정부가 국민들, 그중에서도 중.하류층의 좌절과 절망을 외면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류승완기자 ryusw@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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