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1년, 3차례 랠리 후 조정

입력 2001-12-24 12:12:00

2001년 증시가 저물어가고 있다. 그 어느 때보다 부침이 심했던 영욕의 한 해였다. 28일 폐장을 앞두고, 숱한 사건과 화제가 난무했던 올해의 국내 증시를 되돌아본다.

올해 국내증시는 1월과 4월, 12월 모두 3개의 봉우리를 만들었다.

첫 랠리는 연초부터 시작됐다. 폭락 속에 2000년을 접었던 증시는 연초 개장일부터 강세로 시작해 유동성 장세에 대한 기대감과 함께 1월22일 종합주가지수가 637.45까지 올랐다. 이후 지수는 4월10일 491.21까지 하락했다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 등을 업고 반등하기 시작해 5월29일 두번째 봉우리(종합주가지수 632.05)를 만들었다.

올해 증시의 최대 사건은 9월11일 있은 미국 테러사건이다. 국내 증시도 투매와 폭락, 좌절과 공황 심리로 가득했다. 테러 사태 직후 열린 12일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각각 64.97 포인트(12.02%)와 6.57 포인트(11.59%)씩 폭락해 사상 최대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지수는 이날 이후 며칠간 추가로 하락해 9월17일 연중 최저치인 468.76까지 떨어졌고, 코스닥지수 역시 연중 최저치인 46.05까지 추락했다.

폭락이 있어야 랠리가 있으며, 골이 깊을수록 산이 높다는 증시 격언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 미국 테러 사태로 인한 폭락은 올들어 3번째이자 최대의 랠리를 불렀다. 주가는 테러사태와 미국의 보복전쟁의 충격파에서 빠르게 벗어나면서 12월7일 연중 최고점인 종합주가지수 704.50까지 올랐다.

이날 이후 종합주가지수는 단기간 급등에 따른 조정 양상을 보이며 하락, 21일 현재 644.71(종가)을 기록했다.

3차례의 랠리는 외국인들이 모두 주도했다. 외국인들은 무서운 기세로 한국주식을 사들이며 랠리를 견인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말 30.08%였던 외국인의 시가 총액 보유비중은 12월12일 현재 37.92%로 사상 최고 수준에 올랐다. 기관투자가와 개인들은 외국인들의 매매 패턴에 우왕좌왕했으며, 수익률에서도 상대적 박탈감에 느껴야 했다.

대박을 좇는 개인들의 참여로 옵션시장이 올들어 폭발적으로 팽창한 것도 빼놓을 수 없다. 미국 테러사건 직후 지수옵션시장에서 무려 504배짜리 '대박'이 터졌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개인투자자들은 너도나도 옵션시장으로 뛰어들었다.

99년만 해도 하루 평균 거래대금이 346억원에 불과했지만 최근에는 하루 1조원을 넘는 날마저 빈번해졌다. 그러나 개인들의 무분별한 옵션투자는 스스로에게 엄청난 손실을 입히는 것은 물론이고, 파생시장이 현물 주식시장을 왜곡하는 구조적인 부작용마저 낳았다.

사이버 투자가 활성화되고 투자 환경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단타 매매가 크게 증가했다. 데이트레이딩의 주 타깃인 하이닉스반도체는 지난 9월14일 하룻동안 무려 6억3천92만주나 거래되며 단일종목 하루 거래량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이 종목의 거래량이 거래소 전체 거래량의 60%를 차지하는 기현상마저 빚어졌다.

후반기로 갈수록 시장의 무게 중심이 거래소로 옮겨지면서 코스닥은 극도의 거래 침체 현상에 시달렸다. 그러나 외형적으로 코스닥시장에는 올해 154개의 기업이 입성, 현재 등록기업수가 704개로 거래소 상장기업 수를 앞질렀다. 막연한 성장성만으로 주가의 거품이 형성되던 '묻지마' 투자 풍조가 많이 사라지면서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의 주가 하락이 두드러졌다.

올해 명멸했던 테마로는 △닷컴.보안 △A&D(인수후 개발) △광우병.구제역 수혜 △엔터데인먼트 △전쟁 수혜 △가치주 등을 꼽을 수 있다. 그러나 테마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주가 조작 시비도 끊이지 않았으며 올해도 예외없이 불공정 행위와 투기 행위가 극성을 부렸다.

김해용기자 kimhy@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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