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이 법정시한(12월2일)을 훨씬 넘기고 가까스로 확정됐다. 여야는 정부가 제출한 예산안 112조5천800억원에서 6천33억원을 삭감한 111조9천767억원 규모의 2002년 예산안을 합의 처리한 것이다. 여야는 그동안 성역시 됐던 남북협력기금과 국정원 예산에서 180억원이나 삭감하는 등 성과가 적지 않았다고 자평하는 모양이지만 꼼꼼히 따져보면 금년도 국회의 예산 심의는 내용과 절차면에서 여전히 부실하다는 평을 면치 못할 듯하다.
우선 예년처럼 올해도 법정시한을 훌쩍 넘긴 것은 또 그렇다치자. 내용면에서 보더라도 거대 야당인 한나라당이 당초 10조원 삭감을 장담하던 것과는 달리 지난해 수준(8천억원 삭감)에도 못미치는 6천33억원 삭감으로 만족하고 있는 것은 도대체 납득이 안간다. 더구나 한나라당이 민주당의 전남도청 이전(456억원), 전주 신공항(173억원), 제주 정상의 집(30억원)등 '문제성 많은'예산안을 눈 감아 주는 대신 경기부양을 내세워 지역 사업을 나눠먹기식으로 끼워 넣은 것은 여야의 담합(談合)으로 지적받아 마땅하다.
여야는 정부가 꼭 필요하다고 내놓은 예산안을 1조9천992억원 줄이는 대신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둔 민원성 예산을 1조3천959억원이나 증액, 결과적으로 6천33억원의 예산을 삭감했다고 큰 소리치고 있으니 이러고서야 효율적인 예산 편성은 물 건너 간 꼴이란 생각도 든다.
물론 올해 예산이 예년에 일괄처리 되던 것과는 달리 사업별로 실질 심사가 이뤄졌고 그 결과 지난해에 29개 항목이 삭감된데 비해 올해는 88개 항목이나 삭감됐다는 등 긍정적 평가도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그러나 법정시한을 넘긴 채 초 읽기에 몰린끝에 여야가 막후 협상을 통해 나눠먹기식으로 예산안을 매듭 지은 것은 지적 받을만 하다. 거듭 말하지만 예산심의권이야말로 국회의 가장 막중한 권한이자 의무다. 국회 스스로가 자신의 권리를 팽개친다는 것은 정치하기를 포기하는 것과 마찬가지임을 부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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