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날 에워싸고/씨나 뿌리며 살아라 한다/밭이나 갈며 살아라 한다//어느 짧은 산자락에 집을 모아/아들 낳고 딸을 낳고/흙담 안팎에 호박 심고/들찔레처럼 살아라 한다/쑥대밭처럼살아라 한다//산이 날 에워싸고/그믐달처럼 사위어지는 목숨/그믐달처럼 살아라 한다'. 시인 박목월(朴木月)이 시 '산이 날 에워싸고'에서 이 같이 노래한 바 있지만, 천상천하에 농업이근본생명산업(農者天下之大本)이라는 시절의 이야기이기만 할까. 농촌의 공동화 현상이 날로 심각해지는 세상이다.
0..다산 정약용(丁若鏞)은 일찍이 '농업이란 하늘(天時)과 땅(地利)과 사람(人和)이라는 3재(三才)가 어울려 상생과 화합의 길을 일궈감에 있어 세 가지 불리한 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이른바 3농정책을 펼쳐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가 후농(厚農).편농(便農).상농(上農) 정책을 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농촌에서는 대풍을 이루고도 아우성 소리가진동했다.
0..아니나 다를까 농촌의 인구가 날로 줄고 급속히 고령화되고 있다. 통계청이 18일 발표한 '2000년 농어업 총조사'에 따르면 농촌 인구는 전체 인구의 10% 미만(8.6%)으로떨어졌으며, 평균 연령도 45.7세로 5년 전보다 3.5세나 높아졌다. 또 농촌 인구의 5명 중 1명이 65세 이상의 노인층이며, 농사에 종사한 경력도 20년 이상이 전체의 80%에 이르고 있다. 이 때문에 농사를 책임지는 농가 경영주 가운데 60세 이상이 51%로 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0..한편 지금 농촌에는 대농(大農)과 소농(小農)의 양극화 현상도 심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촌 인구가 고령화 되면서 경작 규모는 줄어들고 있지만 일부 젊은층을중심으로 한 대규모.전문경영 농가는 늘고 있기 때문이다. 젊은 농업전문인의 출현과 함께 농촌의 정보화도 급속히 진행돼 컴퓨터 보유 비율도 20%로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53.8%에는절반에도 못미치는 수준이지만 95년의 8.6%에 비교하면 상당히 개선된 셈이다.
0..농업은 근대 산업혁명 이후 그 거센 열풍에 밀려 날로 찬밥 신세로 전락하고 있다. 원래 '신의 산업'이기 때문에 아무리 환상적인 과학영농을 해도 하룻밤 천기 변화에 쑥대밭이 되게 마련이며, 그 앞에서 인력(人力)은 한낱 새털에 불과할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의 농업정책이 농민의 이익보다 정치인의 사리사욕과 당리당략의 도구가 되고 있지는않은지 생각해볼 문제다. 농촌을 살릴 근본적인 지원책을 다산의 이른바 3농정책에서 찾아보는 길은 없을는지….
이태수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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