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미 ABM 탈퇴, '남북' 영향 없어야

입력 2001-12-13 15:40:00

미국이 결국 지난 30년동안 옛 소련과 유지해온 탄도탄요격미사일(ABM) 협정을 탈퇴키로 했다는 소식은 세계각국의 새로운 군비경쟁의 촉발과함께 가뜩이나 냉랭해진 남북 및 북미관계를 더욱 얼어붙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ABM협정의 탈퇴는 미국이 새로운 국방전략으로 꾀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체제 구축의 일방선언이란 점에서 내년의 세계 분위기는 중국.러시아 및 유럽과의 미묘한 군사.외교적 갈등국면으로 치달을 공산이 크다.

미국이 ABM협정 탈퇴의 초강수를 구사한 것은 대(對)테러전 승리무드에 편승, 어떤 나라든 현재의 공조(共助) 분위기에서 이탈하기 힘든 상황을 노린 것같다. 또 포화상태의 핵미사일 증강을 명분으로 내세워서는 자국민에게 국방예산 증액을 납득시킬 수 없는 한계상황의 탈출시도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미국중심의 단극체제에 반발, 21세기 다극체제로의 전환을 노리는 러시아는 물론 MD의 주요대상국으로 알려진 중국에 군비증강의 빌미를 제공하게 되고, 서유럽과 군사강국을 지향하는 일본도 자체방위력 강화에 나설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몰아가는 것이다.

더욱이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미국의 MD 즉 미사일방어 전략이 북한.이라크 등 소위 '불량국가'들의 미사일 개발을 핑계로 시도됐다는 점에서, 북한내 강경파의 득세-군비증강-남북간 군사적 긴장고조라는 일련의 냉전회귀상황이 향후 우리 햇볕정책의 추진에 큰 걸림돌이 되지않을까 하는 것이다. 또 국제사회의 평화무드 속에 재래식무기 개발에 치중해온 중국으로서는 그들의 무기가 무력화 하는 공포감에서 해방되려할 것이고, 가뜩이나 북한의 대포동미사일에 겁을 집어먹고 있는 일본도 군비강화의 호기를 잡은 셈이라 한반도를 둘러싼 동북아 군사정세는 '먹구름'일 수밖에 없다. 특히 미사일 개발 제한을 목표로 했던 ABM협정 때문에 발이 묶여왔던 중국과 러시아의 미사일기술 북한이전도 사실상가능해졌다는 점에서 우리의 불안감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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