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사회보험노조 파업 본질은 이렇다

입력 2001-12-07 15:12:00

사회보험노조 파업의 본질은 해고자 복직과 같은 노동자 밥그릇 챙기기가 아니다. 일부 부유층은 호텔급 병원에서 고급진료를 받는 반면 돈이 없는 서민들은 병원조차 갈 수 없는 민간의료보험제 도입을 중단하고 국민건강관리공단의 재정파탄을 해결, 민원업무를 원활히 수행하기 위해 지난해 7월 국회를 통과한 직장의료보험과 지역의료보험의 통합을 이행하라는 것이다.

공단측과 보건복지부는 이러한 노조의 요구를 무시한 채 노사교섭조차 거부하고 있으며 검찰은 노사교섭이 진행중인 상황에서 노조 핵심 간부 10명에 대해 사전 구속영장을 발부, 불난 집에 기름을 붓고 있는 상황이다. 안타깝게도 이러한 사태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는 보도는 찾아볼 수 없다. '노조가 파업해 민원 불편이 엄청나다' '노조는 반성하고 정부는 엄중히 대처해야 된다'는 말만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사회보험노조가 파업을 하는 것은 의료보험 재정 파탄의 원인인 의료수가 인상을 위해 의사들이 집단휴업을 하는 것과 질적으로 다르다. 파업기간 동안 월급을 포기하고 구속과 수배를 각오하며 심지어 가정이 파탄나기도 하는 희생과 출혈을 감수해야 가능한 것이 파업이다. 이 모든 것을 감수하면서 정부가 포기하려는 국민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사회보험에 종사하는 노동자들이 국민에 대한 책임감과 직업에 대한 명예를 걸고 이번 파업에 돌입한 것이다. 며칠간의 민원 불편과 국가로부터 평생건강권을 보장받는 것 중 하나를 고르라면 무엇을 선택하겠는가.

권택홍(민주노총 대구지역본부 조직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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