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입시철이 다가오고 있다. 이맘때가 되면 대학 입시에 대한 관심이 무척 높아지게 된다. 그러나 20년 넘게 실업계 고교에 몸담고 있는 나로서는 매년 똑같은 공허함과 착잡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중학 졸업생들의 진로 문제가 대입에 가려 학부모는 물론 세인들의 관심 밖으로 밀려난 현실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자녀들의 의사를 물어보지도 않은 채 고교 진학과 관련, '고등학교=인문계'라는 등식에 빠져 버린 지 오래다.
고등학교 진학 시 학부모들은 자녀의 학력수준이나 적성, 흥미, 발전 가능성 등은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맹목적으로 인문계 진학을 강요한다. 실업고에 진학하면 자신들의 체면과 명예에 큰 누가 되는 것처럼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나는 지난 20여년간 부모들의 과욕과 체면 때문에 인문계에 진학했다가 실패한 학생들을 수없이 봐 왔다. 강요된 선택 때문에 인문계 고교에 진학했다가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실업계로 옮기려는 학부모와 학생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다. 능력과 재능을 무시한 어른들의 이기심과 욕심이 빚어낸 결과다. 이 때문에 학생들이 겪는 심리적 고통과 좌절을 생각하면 늘 가슴 아프고 답답하다.
청소년들의 의지가 갈수록 나약해지고 있다는 푸념 이전에 먼저 학부모들의 의식 전환이 절실하게 요구된다. 학벌이나 직업의 귀천 보다는 자신의 능력과 적성에 맞는 분야에서 최고가 되도록 배려하는 학부모들의 노력은 물론 실업고생을 바라보는 사회의 인식 전환도 시급하다.
실업학교들은 21세기 능력 중심의 지식기반 사회를 주도할 인재 양성을 위해 학교마다 실무 중심의 기능인 배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또 전문대학과 상당수 4년제 대학에서 실업계 고교와 연계해 신입생을 선발하고 있다. 현재 내가 근무하고 있는 학교에서도 10% 이상의 학생들이 4년제 대학 수시모집에 합격했다. 2005년부터 수능시험에 실업계열이 도입될 예정이고, 2004년에는 3% 이내에서 실업계 특별 전형이 허용된다.
앞으로 산업계는 갈수록 다양해지는 분야에서 보다 많은 기능 인력을 원할 것이다. 잘못된 선택으로 인해 감내할 수 없는 대가를 치르기보다는 첫 단추부터 자녀들의 적성과 능력을 우선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학부모들은 자녀의 능력과 적성, 흥미에 맞는 진로를 선택해 주는 것이 자녀를 진정으로 아끼고 사랑하는 것임을 잊지 말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문종흠(중앙경영정보고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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