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수렵장 개장 한달

입력 2001-11-30 00:00:00

경북지역이 이번달부터 4년만에 순환수렵장으로 지정돼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엽사들이 몰려들고 있다. 사냥시즌이 시작된지는 벌써 한달. '1발에 2마리를 명중시켰다'는 등 명포수(?)들의 무용담이 회자되기 시작하는 것도 이즈음이다. 멧돼지나 꿩을 쫓아 산야를 누비는 사냥에는 일상의 스트레스를 한방에 날려주는 매력이있다.

원시적 야성까지 일깨워준다. 그래서 남자라면 누구나 한번쯤 도전해보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사냥감을 소리없이 쫓아갈 때의 긴박감, 포착 대상물과 가늠쇠 하나를 사이에 두고 대결하는 짜릿함, 조준발사에 이어 명중을 확인하는 순간의 통쾌함 등 사냥은 다른 레저스포츠에서 맛보기 힘든 요소를 고루 갖추고 있다.

0..명중 순간 통쾌함 만끽

지난 주말 경북 안동시 도산면 서부리 안동댐 상류. 사냥 경력 30년의 김재한(44.대한수렵관리협회 안동시 지회장)씨와 차상구(41).최병창(36)씨와 약속 장소에서 만났다.위압감마저 주는 산탄 엽총의 총신이 반질반질 빛난다. 복장은 얼룩무늬 바지에다 탄장이 달린 사냥 조끼, 신발은 군화와 등산화. 독일산 사냥개까지 앞세우니 처음 따라 나선 초보 사냥꾼도 덩달아 신이 난다. 이날의 사냥 타깃은 장끼. 사냥장소는 바짝 마른 갈대만 서걱거리는 황량한 댐주변 갈밭. 이 벌판 어디에 꿩이 있다는 것일까. 그러나 그런 기우는 얼마지나지 않아 깨진다.

벌판에서 산기슭쪽으로 훑어 나간다. 엽사들의 걸음걸이가 슬며시 빨라진다. 사냥감 포착 지점이 근방인 모양이다. 사냥에도 물론 '감'이 중요하지만 이른바 포인트가 있다는설명이다. 꿩들이 자주 나타나는 곳은 콩밭이나 메밀밭 등 꿩들이 좋아하는 먹이가 풍부한 곳. 또 꿩이 한번 나타난 지점은 먹이사슬이 형성돼 있는 곳이라 다시 잡히는 경우가많다고 한다. 순간 앞서 달리던 사냥개가 뭔가를 발견한 모양이다.'팡…'. 산골짜기를 총성이 뒤흔든다. '푸드득'날아오르는 듯 하던 장끼 한마리가 그만 힘없이 떨어진다. 표적물과의 거리는 30m 안팎. 한방에 명중이다. 사냥개가 물어 오기도 전에 재빨리 '수확물'을 조끼 뒤 허리춤에 꿰어찬다. 득의만만한 표정도 잠시. 다시 다음 골짜기로 발길을 재촉한다. 반대편 산기슭쪽에서도 '팡…팡팡…'연신 총성이 울린다. 총성이댐주변 산골짜기를 울리고 메아리도 되돌아 나온다. 어느 전쟁터 한복판에 서있는 기분이다.

엽사들이 서로 눈짓한다. 엽사들의 발걸음이 갑자기 속도를 낸다. 김재한 지회장은 "사냥물을 포착하기 위해서는 빨리 걷고 많이 보아야 한다"며 "1시간 정도면 4km정도는 걷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말은 그렇지만 걷는 게 아니라 숫제 뛰는 듯 내달리기 시작한다.

0..경북 순환수렵장 사냥 가이드

올해 순환수렵장으로 지정된 경북지역은 특히 황금수렵장의 조건을 갖추고 있어 엽사들에게는 더할 나위없이 좋은 기회. 안동지역의 경우 주말마다 400~500명의 외지 엽사들이몰려들고 있다. 수렵 허용기간은 내년 2월까지, 울릉.청도군 등 일부지역은 제외됐다. 포획가능한 조수는 수류 3종과 조류 4종 등이다. 〈표참조〉

사냥에 나설때는 원칙적으로 2인 이상 조를 편성해야 하며, 사냥개도 1조당 1마리만 몰고 나갈 수 있다. 포획 조수는 매 7일마다 반드시 신고한 후 승인표지(링)를 부착해야반입이 가능하다. 또 사냥을 나서는 해당지역 시.군청에 수렵장 사용료를 내야 한다. 엽총 소지자의 경우 4개월분이 60만원, 30일분 40만원, 10일분.5일분.3일분은 각 24만원.16만원.10만원이다.

사냥에 입문하기 위해서는 우선 수렵면허시험(환경부.대한수렵관리협회)에 합격한 후 소정의 수렵교육을 받아야 이수증이 나온다. 이수증이 나와 해당 시.군청에서포획승인증을 발급받아야 사냥꾼으로서 자격을 갖춘 셈이 된다. 공기총은 집에서 보관할 수 있으나 엽총은 관할 경찰서에 보관해야 한다.

이처럼 사냥은 위험요소가 많은 만큼 총을 소지하고 실제 사냥에 나서기까지는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이 많이 드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진짜 엽사가 되려면 자연을 사랑하는 마음과 생태계에 대한 깊은 조예에서 출발하는 게 바람직하다. 대한수렵관리협회 권오웅 경북지부장은 "사냥은 시기, 장소, 종류를 가려야 하지만 특히 필요이상 남획을 하지 말아야 한다"며 "사냥의 원래 기능이 '예와 도, 그리고 조절'임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노진규기자 jgron@im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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