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을 낀 장이 대목장으로 연중 최고의 수확을 거두듯이 연말은 '문화의 대목'이다. 가까운 일본은 연말에 그야말로 각종 문화행사가 성시를 이룬다고 한다. 연말연시의 맺음과시작분위기를 문화행사로 흥을 돋우어 한목 보자는 시장논리이기는 하지만,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 맺음과 망각의 절차가 꼭 필요한 것이라면 '문화'라는 이름으로 이런 역할을 수행해도 괜찮은 일 아니겠는가.
어떤 이유든 경제적으로 허약한 문화에도 대목장이 있다는 것은 다행한 일이다. 또 경제가 어려울 때 가장 먼저 타격을 입는 사람들이 문화종사자들이기 때문에 이런연중 성시가 있다는 것은 그나마 문화종사자들의 사기를 돋우는데 한몫을 할 수 있을 것 같다. 앞으로 문화에 대한 관심은 갈수록 중요해지는데, 문화성시철을 맞아 예술가를중심으로 한 문화종사자들의 사기진작 문제도 한번쯤 살펴보아야 하지 않을까.
'문화'라는 것이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것은 지식기반산업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그 중 문화가 장차 고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되면서부터이다. 이 분야는 아이디어가 중요하고 그만큼 창조적이어야 하며, 이런 부분이 재화로 전환되면 그 고유함 때문에 상당한 부가가치를 올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것이 국가 간의 경쟁력으로도 크게 작용할 수 있으니 중요하기는 하다.
그런데 창작하는 일은 기본적으로 그 일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이 필요하며 또한 한동안 빈둥거릴 수 있는 시간도 필요하고 그 시간을 견딜 수 있는 경제적 여유도 필요하다. 이런 창작하는 일의 습성과 산업이라는 경제논리와는 근본적으로 어울릴 수 없는 것이지만 이미 이상한 만남이 이루어진 것을 어쩌겠는가. 그래서 더욱 더 창작과 관련된 분야에 후원과 지원이 필요한 것이다. 이는 장차에 생기게 될 이득 때문이기도 하지만 종국에는 하나의 유산으로, 가슴을 쫙펴게 만드는 자부심과 자존심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연말의 문화성시가 정말로 자부심 넘치는 축제의 장이 되려면 이들 문화종사자들의 여건도 살펴봐야 하지 않을까 한다. 남인숙(갤러리 M 큐레이터)
댓글 많은 뉴스
이준석, 전장연 성당 시위에 "사회적 약자 프레임 악용한 집단 이기주의"
"대법원장 탄핵 절차 돌입"…민주 초선들 "사법 쿠데타"
5·18묘지 참배 가로막힌 한덕수 "저도 호남 사람…서로 사랑해야" 호소
민주당 "李 유죄 판단 대법관 10명 탄핵하자"…국힘 "이성 잃었다"
[전문] 한덕수, 대선 출마 "임기 3년으로 단축…개헌 완료 후 퇴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