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햇볕정책과 북의 총격 도발

입력 2001-11-28 14:28:00

휴전선 전방고지에 얼음이 꽁꽁 얼어 붙던 날 아군초소에 북한의 총알이 날아들었다. 빈 라덴의 대미(對美)테러, 무기사찰을 요구한 부시의 대북강공, 김정일의 대남총격으로 이어지는 국제관계의 '스리쿠션'현상에 우리 국민들은 충격을 받았다. 한반도에 '냉전의 도미노'가 찾아온 것인가, 지금껏 북한에 쬐어온 '햇볕'은 아무 소용도 없었는가? 우려와 회의를 동시에 갖게하는 세발의 총성이다.

27일 오전 휴전선에서 울린 총성을 두고 당국은 실수이길 바라는 눈치지만 우리는 이를 '계산된 행위'로 보지 않을 수 없다. 북한군부는 지금껏 경의선연결 및 금강산육로관광 반대, 6차 장관급회담의 불참 등 개방정책에 '브레이크'를 걸어왔고, 이어 아프간 전쟁 승리를 빌미로 쏟아지는 미 정부 매파들의 대북(對北).대테러 강경발언에 맞불을 놓을 찬스를 잡았음직하다.

부시 대통령은 이라크와 북한에 대해 생화학무기.미사일 등 대량파괴무기의 개발중단과 그 사찰을 요구했으며, 이어 미의회는 오는 30일 '북한 미사일청문회'를 열겠다고 밝혔다. 아프간에 이은 부시의 이같은 강공드라이브는 기실 햇볕정책이 차질을 빚을까봐 DJ정부로서는 입한번 못떼어 온 북한의 생화학무기 실상을 세계에 공표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불감청(不敢請)이언정 고소원(固所願)이다휴전선의 총소리에서 우리가 우려하는 것은 남북대화 단절의 장기화와 함께 북한이 이후 통미봉남(通美封南)의 전략을 구사할 경우 남쪽은 '닭 쫓는'처지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고, 여기서 우리 통일.외교당국의 다음 수(手)를 기대해 보는 것이다. 사실 지금 우리의 입장은 북.미 양측의 사이에서 어정쩡해 보이지만 경제난과 군부의 틈바구니에 끼인 북한의 입장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따라서 미국이 채찍과 동시에 대화의 뒷문을 열어놓고 있고, 북한도 '자주권침해'란 반발과 협상이라는 동구 이성(同口異聲)의 재주를 부릴 줄 안다는 점에서 우리측도 자꾸 햇볕만 주기보다 적절한 강온책을 강구해야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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